일찍이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Hardin)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1968)이라는 논문에서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 인간이 비극적인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인구증가가 제로에서 멈춰야 하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벤담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오기술 등의 발전으로 식량상황은 당시보다 나아졌지만, 지구환경 황폐화는 더 심해지지 않았을까?
지구환경문제는 국내환경문제 보다도 더 심각하다. 오염유발자가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면 환경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맑은 물과 공기 등 환경자원은 누구나 공짜로 이용하려 든다. 환경오염이 한 나라안에만 있다면 국가가 강제적으로 부담금이라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는 절대적인 집행권을 가지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또한 대기는 지구차원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소유권 관련 법률제도도 없다. 어느 누구도 지구대기의 사용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감축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나서는 국가도 없다.
만약에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느끼는 위험도가 똑같다면 어떻게 될까?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협상이 쉽게 타결될 것이다. 그러나 국경을 마주한 국가간에도 환경규제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서로 달라 통일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통상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환경위험 인식도와 환경보전비용 지불의사가 높다. 환경문제의 근본 원인은 빈곤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생계를 위해 자원을 개발한다는데 말릴 명분이 약하다. 개도국들이 제기하는 선진국책임론을 차치하더라도 선진국이 앞장서지 않으면 지구환경보전은 요원한 과제로 머물 것이다. 우리가 이젠 G20 의장국이 되었다. 이에 걸맞게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해야 한다. 녹색성장은 우리 국민이 국제사회에서 응분의 대우를 받기 위해서 필요하다.
적어도 환경보전문제에 있어서는 국경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이 전 세계를 단일한 시장체제로 지배하듯이 환경도 국경을 뛰어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국제재라는 이유다. 사실 경제거래가 한 지역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때에는 환경문제가 이슈로 등장하지 않았다. 거래가 글로벌화되면서 환경문제도 세계화하고 있다. 지구환경이 악화되면 될수록 상품거래에 대한 책임성 논의도 거세질 것이다. 제조공정의 환경적합성이나 상품제조에 투입된 에너지량, 상품사용과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량 등의 개선요구가 점차 강화될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변화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녹색기술은 기본적으로 IT기술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개발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녹색기술개발에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win-win전략이라고 본다.
이러한 변화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녹색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녹색기술개발은 투자기간이 길고 성공가능성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제도로는 개발자금조달이 용이치 않다. 따라서 녹색기술인증제를 도입하고 녹색편드나 녹색예금에 대해서는 세제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은 경제성과 시장성이 없더라도 기술이 효율화되고 시장이 점차 넓어지면 녹색상품으로의 소비전환과 함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다.
녹색성장에서 기대되는 또 하나의 효과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유용하다는 점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육성해온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산업들이다. 그러나 금번에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들 산업의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었다. 지금도 BRICs국가나 중동산유국들이 이 분야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은 문제가 없지만 21세기 세계경제를 리드하기에는 힘에 겹지 않을까? 70연식 보다는 21세기식이 필요하다. 산업의 업그레이드나 구조전환이 필요하다. 지구환경의 황폐화는 분명히 문제지만 이를 막는 것도 경제이자 시장이다. 황폐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녹색기술, 녹색산업에 투자하여 시장도 지키고 지구도 구해내자는 것이 우리의 녹색성장 정책이다. 녹색투자에 위험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래의 시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후회하지 않는 투자가 될 것이다.
기획재정부 차관보 노 대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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