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확장만으로는 미래의 항공수요를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국제 수준의 신공항(제2공항) 건설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 23일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만난 김태환 제주도지사(사진)는 제주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제주가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접근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신공항 건설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의 지역발전 전망에 근거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자유도시의 핵심 인프라로서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추진해 온 이 프로젝트가 내년말 마무리되는 '제 4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에 반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신공항 건설이 도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초점에서만 비춰지는 게 못내 아쉬운 듯 했다. 그는 "신공항 건설을 제주도만의 문제로 귀결시키지만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관광객전용 카지노 설립과 관련해서는 "제주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제주의 1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도입이 절실하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도민 의견을 좀 더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 카지노 설립으로 초래되는 부작용은 관광객 출입 횟수와 베팅 제한 등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에는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8곳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전용카지노 중 절반에 해당하지만 모두 내국인 출입을 금하고 있다. 현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1곳 뿐이다.
김 지사가 주민소환투표 발의로 직무 정지됐다가 업무에 복귀한 지 2달여가 흘렀다. 이번 사태로 공직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도정을 살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연일 정부 각 부처와 업무 협의를 하는가 하면 중국 등 현지 기업인들과 만나 제주 투자유치를 독려하는 등 촌음을 쪼개가며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제주시 연동 특별자치도청 집무실에서 김 지사를 만나 도정의 현안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주 유치목적과 추진 계획은.
제주는 그동안 각종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왔다. 특히 지난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완벽하게 치뤄내 국제회의도시로서의 위상을 검증했다.
100만 내외 제주도민 역시 완벽한 회의 준비와 노하우를 살려 그 어떠한 국제회의도 치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도 제주가 컨벤션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자연유산의 섬이자 최적의 경호 환경도 갖춘 제주는 지금 당장이라도 G-20 정상회의 개최가 가능하다. 제주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유치 경쟁도시인 서울과 인천, 부산과는 차별화 된 한국의 미(美)를 전 세계에 심어 줄 것이다. 도는 G-20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현재 도에서 유치한 해외자본 실적과 향후 목표는.
외자유치를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토착자본이 영세한 입장에서 제주의 기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4+1 핵심산업 위주로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대규모 외자유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는 외자유치를 위해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하고 일괄처리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인허가 처리기간을 기존 22개월에서 8개월로 단축하고, 투자진흥지구 인센티브 최소 규모를 10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완화하는 등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해 왔다. 또 중동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카타르로 투자유치 세일즈 방문단을 인솔하는 등 투자 유치 최일선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결과 홍콩자본이 투자한 컨벤션 앵커호텔,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등 9건 총 2조7168억원에 달하는 외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올해는 '투자유치 대전진의 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화권 자본 유치에 나섰다. 지난 9월 말 중국 본토자본으로는 국내 최초로 관광개발사업에 미화 5억불을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 중국 자본의 제주 진출에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 목표로 한 '20억불 투자유치와 20억불 투자실현(Twin-Twenty)'은 이미 달성했다. 내년에는 20개 기업을 추가로 유치하겠다.
△도의 관광과 산업, 의료 국제 도시화 추진 실적과 향후 계획은.
특별자치제도를 처음 도입해서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 보장과 행정 규제의 완화를 추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서만 외국의 영리법인이 교육기관이나 의료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도는 향후 세계 명문 국제학교와 의료기관 유치를 통해 동북아의 교육 허브, 의료산업의 메카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정기국회에 상정돼 있는 국세자율권 등 4단계 제도도 확보되면 제주의 경쟁력은 한 차원 더 향상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단지와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서귀포관광미항, 제주헬스케어타운,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6개 제주국제자유도시 전략 프로젝트도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 오는 2015년 완성을 목표로 총 사업비 7조543억원을 투입한다. 분야도 관광과 교육, 의료, 첨단산업을 융·복합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제주관광공사 출범, 제주웰컴센터 개관, 관광3법의 일괄 이양,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 개점 등으로 제주 관광 이미지를 개선한 점도 돋보인다.
현재는 관광분야 성과가 눈에 띈다. 올해 목표인 관광객 600만명과 관광수입 2조550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부터는 관광객 660만명, 관광수입 3조원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정부가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한 지 2년6개월 만에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첫 삽을 떴다. 동북아 교육의 허브로 육성할 계획은.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설립·운영한다면 영어 교육을 목적으로 해외유학을 떠나는 초·중·고 유학생 수요자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해외유학으로 인한 국가적 경제 손실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선진교육제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 셈이다.
영어교육도시내 영어전용학교는 오는 2015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초등학교 7개교, 중학교 4개교, 국제고 1개교 등 총 12개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완공되면 2만3000여명이 생활하는 정주형 교육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교육과정은 현재의 정규 학교과정과 연계한 방식을 채택, 정규학력을 인정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도는 제주영어교육도시 1단계 사업으로 오는 2011년에 영어전용 초중고 시범학교를 1개교씩 모두 3개교를 개교할 방침이다. 현재 영국의 명문사립학교인 노스런던 칼리지에이트 스쿨 유치가 확정된 상태이며, 미국의 2개교와도 거의 타결 단계에 있다. 나머지 학교는 1단계 사업 이후 점진적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제주도지사가 생각하는 제주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제주의 비전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는 것이다. 국내 타 도시와의 경쟁이 아니라 홍콩이나 싱가포르, 하와이 등에 견줄 수 있는 국제도시를 지향한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자연 환경과 다양한 IT·BT 인프라를 갖췄다. 이를 관광과 교육, 의료, 친환경 첨단산업 등 핵심 산업과 연계해서 발전시킨다면 동북아의 진주로서 제주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휴양과 관광의 섬, 글로벌 교육의 섬, 청정 웰빙의 섬, 평화의 섬으로써 제주국제자유도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경주해 나갈 것이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약력
-1942 제주도 북제주군 출생
-1956 ~ 1959 전주고등학교
-1960 ~ 1964 제주대학교 법학과(학사)
-1971 ~ 1973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1985. 03 ~ 1988. 02 제주도 남제주군수
-1991. 05 ~ 1994. 12 제주시장
-1995. 01 ~ 1995. 07 제주도 부지사
-1995. 07 ~ 1997. 03 행정부지사
-1998. 07 ~ 2004. 05 민선2·3기 제주시장
-2004. 06 ~ 2006. 05 제 34대 제주도지사
-2006. 07 ~ 現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대담=임춘성 증권부장
정리=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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