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박은옥 30주년 기념공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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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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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까지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박은옥·정태춘씨.
 
가슴을 울리는 서정적인 노랫말과 분위기, 그러나 현실을 당당하게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태춘. 그가 5년 6개월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정태춘·박은옥 30주년 기념 공연’이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2002년 발매한 10번째 정규앨범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 공연은,  2004년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연 이후 공식무대는 처음이다. 정태춘씨는 음악 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나 뜻을 함께 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더 이상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대중들도 더 이상 내 이야기나 노래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생각을 가졌던 그였기에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이번 30주년 공연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다. 사회·문화·예술계 인사 100명으로 꾸려진 기념사업 추진단이 만들어졌고, 첫 활동이 이번 30주년 공연이 됐다. 배우 명계남·권해효와 가수 강산에·윤도현, 방송인 김제동, 사진작가 김승근·김홍희를 비롯해 교수·기자·평론가·변호사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은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 가수를 위해 음악·미술·영화·사진·문학·언론·학계가 후원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이번 공연은 30년간 변함없이 정태춘·박은옥씨의 곁을 지켜온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무대의 성격을 띤다.

1978년 1집 음반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정태춘씨는 초기 개인적인 방랑을 넘어 80년대 중반 사회 전반에 걸친 변혁의 움직임과 사회의 모순·고통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소외된 이웃들을 대변하고 부정에 맞서 싸웠다. 1990년에는 사전심의제도에 반기를 들었다. 공연윤리위원회의 수정 지시를 거부하고 음반 ‘아, 대한민국…’을 불법 제작·배포한 것. 이후 검찰에 기소되면서 7년여의 공방 끝에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노순택 작가의 ‘이천육년삼월십오일오후다섯시정태춘은노래부르지않았다’.  정태춘씨가 2006년 3월 평택시 대추리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투쟁에 참여했다 전경들에게 끌려나오는 모습을 찍었다.
 
정태춘·박은옥씨는 이번 공연에서 ‘빈산’ ‘북한강에서’ ‘회상’ ‘촛불’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 ‘시인의 마을’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이에게3’ 등 18곡을 들려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두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를 보탰다. 노래와 함께 직접 지은 시 7편과 사진들, 이야기들을 통해 지난 30년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한편,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경향갤러리에서는 ‘정태춘·박은옥 트리뷰트’ 전시회가 열린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두 사람에게 헌정하는 전시회로 국내 대중가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출품 작품들은 모두 정태춘·박은옥 두 음악가에 대한 오마주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을 기념하는 작품, 정태춘의 음악을 시각예술 언어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 표현의 자유와 예술행동·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공유하는 작품 등 사진·영상·입체·회화·시·뮤직비디오 75여점이 선보인다. 화가 고선경, 판화가 이철수, 만화가 박재동·최호철, 사진작가 노순택, 시인 도종환·송경동 등 61명(팀)이 참여한다.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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