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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그러고 보면 금융시장과 10월의 악연은 묘하리만치 자주 등장한다. 1987년 다우존스지수가 하루에 무려 22% 정도 폭락하여 기록에 남을 정도로 충격을 준 ‘블랙먼데이’가 가시화된것도 10월 17일 이었다. 당시 주식의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을 연계하여 거래를 하는 포트폴리오 인슈런스 기법이 일반화되면서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매수를 늘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매도를 늘이는 기법이 일반화 되었었다. 흥미있는 것은 주가가 하락하여 현물시장에서 대량 매도가 시작되자 가격의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선물시장에서도 선물가격이 하락하고 이로 인해 현물시장이 영향을 받으면서 추가하락이 거듭되는 소위 ‘폭포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 뒤로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 어김없이 ‘블랙’ 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10월은 사실상 외국자본의 탈출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블룸버그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계 은행들이 한 달만에 무려 80여억 달러를 회수해 간 것이 10월이었다. 당시는 총외환보유고와 가용외환보유고를 구분해놓고 총외환보유고를 발표하였는데 외환보유고의 정의상 가용액수를 이용해야지 총보유고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이 되자 이를 우려한 일본계 자금이 잽싸게 우리나라를 빠져나가면서 길고 긴 외환위기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물론 한보와 기아의 부도,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미숙함도 원인이 되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된 외화유동성부족과 IMF의 구제금융이라는 상황은 10월에 가시화 된 셈이다.
작년 10월도 만만치 않았다. 9월에 발생한 리만 브라더스이 파산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경색을 가져오면서 우리나라도 폭풍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되었고 결국 10월 한달동안 무려 250억 달러의 해외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작년도 자본수지적자가 약 500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연간 해외자본탈출액의 50%에 해당하는 규모가 10월 한달 동안에 빠져나간 것이다. 이처럼 외화부문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하자 환율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단적인 예가 작년 10월 10일의 환율움직임이었다. 이날 환율은 1395원(시가)으로 시작하여 1460원(고가)까지 갔다가 1265원(저가)까지 하락한 후 1309원(종가)로 끝났다. 장 시작 6분만에 고가에 도달하였고 장 종료 9분전에 저가를 기록하였다. 이날의 전일종가대비 하락폭 70.5원은 98년 3월 23일(82원하락) 이후 최고 수준이었고 하루 변동폭 235원은 97년 12월 30일 (495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극심한 불안감이 표출되었고 시장은 한참동안 요동을 쳤다.
이렇게 보면 올해 10월은 고마우리만치 조용한 편이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직도 종속변수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단 외풍이 잠잠하면 내적인 안정도 어느 정도 담보가 되기 때문에 외풍이 적은 부분이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시장의 안정 여부는 거의 해외변수가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의 정책방향은 가능한 한 외풍을 잘 견디는 강한 경제가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 부분은 향후 우리에게 주어진 너무도 중요한 과제이다.
큰 무리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올해 10월의 금융시장을 보며 이번 10월을 계기로 금융시장과 10월의 악연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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