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증권사 보고서? 한자·영어 남용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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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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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보고서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심지어 '읽는' 보고서를 탈피한 '보는' 동영상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증권업계는 투자자에 낯설기만 했던 보고서가 친숙해졌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 투자자들은 한자 남발과 영어 남용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 투자보고서 '변화 바람'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KB투자증권은 매월 1회 동영상 보고서를 제작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10분 분량으로 제작된 이 동영상은 텍스트와 화면이 연동돼 있어 한 번에 내용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며, 목차에서 원하는 항목을 클릭하면 동영상이 바로 연동돼 골라 볼 수 있는 편리성도 지니고 있다.

이 증권사는 우선 월 1회 동영상 보고서를 제공하고 반응에 따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도 보고서 틀을 바꾸고 있다.

이 증권사 홍콩 리서치센터는 이달 21일부터 '보유' 추천을 빼고 투자의견을 '매수(Buy)'와 매도(Sell)'로 양분하기로 했다.

기대 수익이 30%를 넘으면 '3스타 Buy', 15~30%는 '2스타 Buy', 15% 미만이면 '1스타 Buy'가 적용되며 'Sell'의 경우는 그 반대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2003년부터 대체로 투자의견을 낼 때 현재의 포맷인 '매수ㆍ보유ㆍ매도' 3단계로 통일해 사용해왔다.

때문에 삼성증권도 국내 투자의견은 현행 3등급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 외에 인기 TV 드라마나 영화 표현을 빌려 눈길끄는 제목을 붙인 보고서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러스증권이 지난 12일 발표한 매크로 전략 시리즈 보고서 '그레이 아나토미(Gray Anatomyㆍ김승현 연구원)'다.

인기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를 패러디한 것. 투자의 불확실성을 뜻하는 그레이(회색)를 해부(Anatomy)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고객들이 읽지 않거나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며 "투자자 눈길도 붙잡고 내용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목과 표현을 고심해서 선택한다"고 말했다.

◆ 형식 변화했지만 한자 남발ㆍ영어 남용 여전해

리서치 보고서가 이처럼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한자 남발ㆍ영어 남용 등으로 인해 일반 투자자에겐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 투자자 김 모씨는 "일반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보고서"라며 "정말 일반 투자자들에 친숙한 보고서가 되려면 외래어 남용과 남발하고 있는 전문용어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엔 한자와 영어가 난무하다.

대표적 사례가 상회(上廻)와 하회(下廻)다. 기준보다 웃돌거나 밑돈다는 의미로 주가가 일정 수준보다 낮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될 때 사용된다.

견조(堅調)는 시세가 서서히 오르는 경향을 표현하는 말이다. 일본어 겐조(けん-ちょう)란 발음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영어식 표현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선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밸류에이션(Valuation)·스프레드(Spread)·리스크(Risk)·모멘텀(Momentum)은 뜻 그대로 '가치'· '차이'· '위험'· '동력'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를 우리말로 표현한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0년대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모델이 된 일본 보고서 베끼기를 하면서 남은 유산이며 영어식 표현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 보고서를 보면서 용어 또한 무비판적으로 가져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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