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코미디의 만남 '기돈 크레머 되기'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기돈 크레머.리처드 형기 주(왼쪽부터)
바이올린 활이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고, 격파하듯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박치기로 마무리한다. 관객들은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같지만 클래식 연주회 장면이다. 이 연주회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과 피아니스트 리처드 형기 주 ‘클래식 코미디 듀오’다. 이들이 ‘파가니니의 환생’으로 평가받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2008년에 이어 올해 다시 만났다.
클래식과 코미디의 만남, 신개념 클래식 쇼 ‘기돈 크레머 되기(Being Gidon Kremer)’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연주회는 클래식의 전통적인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유머’라는 소통방식을 택했다. 기돈 크레머의 인생여정을 유머와 해학이 곁들여진 상황극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모차르트․바흐․쇼스타코비치 등의 정통 클래식에서부터 엔니오 모리코네․한스 짐머․존 윌리엄스 등의 영화음악까지 녹아 있다.
그렇다고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진지한 주제도 깔려 있다. 기돈 크레머는 “클래식 음악가의 흥망성쇠라는 부제처럼 요즈음 클래식 음악계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희극은 비극이 더 이상 소용이 없을 때 시작된다”라며 이번 공연의 제작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기돈 크레머는 고전과 현대음악․영화음악․탱고 등 틀에 박히지 않은 커리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구소련의 라트비아 출생으로, 1980년대 당시 소련 정부가 처음으로 서방 세계에서의 자유로운 연주 활동을 허락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는 그가 1997년 발틱 3개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의 실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설립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도 함께 한다.
또 다른 파트너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은 솔리스트․지휘자․실내악 연주가․배우로써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영국계 한국인 리처드 형기 주 역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그리고 배우로써 활약하고 있다. 이 코미디 듀오는 2004년 초연작 ‘어느 작은 나이트메어 음악(A Little Nightmare Music)’ 공연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15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입장권: 4만~15만원 문의:02-318-4301.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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