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시작되면 경제전문가들은 향후 경제전망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저마다 시각화된 모형을 제시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이번 경기후퇴에도 수많은 모형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L형, U형, V형, 색소폰형, 욕조형, 역루트형 등 다양한 경기회복 모형 중에서도 러브(LUV)형이 이번 경기침체를 가장 잘 분석한 유형이라고 꼽았다.
러브형은 로이터 통신의 스텔라 도슨 기자가 세계 경기 전망을 요약하면서 처음 만들어낸 조어다. 그는 서유럽은 L자형, 미국은 U자형,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11개 신흥국들은 V자형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형은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과 1930년대 대공황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세계 최대 광고업체인 WWP의 마틴 소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경기침체 동안 유럽의 경우엔 약간 올라간 이탤릭 'L'자 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U형은 V형보다는 더딘 경기회복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대표적인 경제비관론자인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교수 역시 "현재 경기회복은 논쟁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가빠른 성장세를 의미하는 V형보다는 U형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영국의 경제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V형은 경기침체가 저점에 달한 뒤 곧바로 상승세를 타는 경우를 뜻한다. 알리스태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7월 영국 경제가 이번에도 V형으로 회복할 수 있다며 올해 말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W형 혹은 더블딥(이중침체)은 침체를 겪던 경기상황이 2~3분기 동안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기를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불황기를 겪던 1980년대 초 미국경제가 1981년 급반전한 뒤 같은 해 다시 급하강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경기침체에는 알파벳형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의 경기전망 유형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최대 회계법인인 BDO 소이 헤이워드는 색소폰을 향후 경기 전망모형으로 제시했다. 상승세를 타던 국내총생산(GDP)이 급격하게 하강한 후 오름세를 보이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다.
소렐CEO는 욕조형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2001년 닷컴버블의 붕괴로 인한 경기상황을 욕조의 바닥에 비유하며 경제가 장기간 침체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가 언급한 역루트형은 가장 비관적인 경기전망형이다. 그는 지난 4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루트 기호를 엎어 놓은 형태를 보여 경기가 바닥을 찍은 다음 자동적으로 일부 회복하겠지만 ‘V’자나 그런 비슷한 형태의 회복은 절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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