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들면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자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있지 않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국내 피해규모가 GDP의 성장률에 맞먹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교역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신종플루에 대한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3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실제로 내수가 대다수인 서비스업의 피해는 가시화되고 있다.
올 3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전체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1%를 기록했지만, 교육 서비스업 중 학원 소비는 -2%를 기록해 2007년 3분기(-2.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역시 -0.4%를 기록해 2006년 2분기(-0.9)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꼭 필요하지 않는 서비스업종이나 대체가 가능한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여행, 관광, 음식점 등의 수요가 급감할 뿐만 아니라 노동 공급 중단, 사망 등의 공급측면에서 충격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중·고등학교나 제조업체에서 휴교, 휴업이 잇따를 경우 공급 충격이 발생할 소지가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분석 결과, 신종플루의 대유행 기간이 2분기로 끝날 경우 GDP 감소율이 최대 5.6%까지 감소한다. 대유행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약한 충격에도 그 피해가 2.2~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대유행 정도에 따라 성장률이 최소 -0.8%, 최대 -7.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 경우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9월 신종플루 전개 양상이 1968년 홍콩독감과 유사하면 글로벌 GDP가 0.7%, 1918년 스페인독감과 맞먹으면 4.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아직 체계적이지 않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신종인플루엔자와 관련한 국가전염병 재난단계를 '경계'에서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공식 발표할 만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재정부는 공식적인 경제적 피해규모를 추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종플루 감염규모는 광범위하지만 사망률 자체는 아직 낮다"며 "분명 좋은 요인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아직은 별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경제적인 피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역 축제도 취소가 됐고,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고 해 전반적으로 레저나 관광 등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소비, 내수쪽의 영향에서 벗어나 경제 전반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치료백신이 많이 보급돼 있고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어 (신종플루가) 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신종 전염병 관련 예산을 134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신종플루가 본격화되자 추경과 예비비로 재원을 마련 5500억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내년도의 신종 전염병 관련 예산은 821억원 배정됐다. 이 예산에는 항바이러스 비축과 신종 전염병 면역백신 개발, 격리 병상 마련, 홍보, 조기탐지, 대응 등의 활동 예산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신종플루 예방 백신에 재원 대부분이사용되는 항 바이러스 예산은 올해 1895억원이었지만, 내년에는 550억이 책정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800만명분의 예산을 마련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250만명 가량의 추가 백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예비비나 추경에서 또다시 재원을 조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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