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평균 'B-' 학점을 받았다. 오바마가 국제적 공조와 동맹을 중시하는 '스마트 외교'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점을 감안하면 자랑할 만한 점수는 못 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은 2일(현지시간) 오바마 당선 1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조사에서 외교 전문가 23명이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대해 평균 'B-' 학점을 줬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5명으로부터 A 학점을 받았고 9명은 B, 4명은 C, 5명은 D 학점을 각각 부여했다. 이는 지난 4월 24일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받은 평점 'B+'보다 낮은 점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전략과 온두라스 사태 대응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오바마의 실질적인 외교정책들이 그의 수사학적 언변만큼 빛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처음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정책의 틀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국방전문가인 로런스 코브는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가장 후한 점수(A)를 줬다. 그는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며 오바마가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브는 이어 "선임자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최악의 외교정책과 경제상황을 물려 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는 미국의 안보상황을 호전시킨 것은 물론 핵심 외교분야에서도 주요국들과 원만한 관계 회복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년에 매길 오바마의 최종 성적표는 아프간 전략과 이란 문제 처리방식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B 학점을 준 전문가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일부 진보했지만 혁명적인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백악관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변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드미트리 트레닌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소장은 아프간 및 파키스탄 정세, 이란 문제 등을 고려하면 오바마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가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 폐쇄 계획을 공언하고 다른 국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되살리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C 학점을 매긴 전문가들은 점점 줄어드는 오바마의 매력과 함께 향후 평점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추리재단 지네이브 아브도 이란 프로그램 국장은 "오바마가 카이로 연설 이후 눈에 띄는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권에서는 더 이상은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지난 6월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이 과거 이슬람권과 갈등을 빚은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을 칭하는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미외교협회(CFR)의 엘리어트 에이브럼스 연구원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D학점을 줬다. 그는 "오바마의 외교정책 실패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점수까지 매겨 확인사살하는 것은 너무 비열한 행동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는 "지난 4월 대통령 취임 100일 때 오바마는 전 세계에서 폭압 정권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사람들을 저버렸다"며 "지난 6월 벌어진 이란 국민의 반정부 투쟁에 대해서도 오바마 행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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