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행정기관 대신 기업들을 유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계는 정부의 상세 계획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8일 정부의 세종시 조성 계획과 관련해 지금까지 제안받은 것이 없고, 이전 여부를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종시 조성 계획이 확정되고, 이전에 따른 각종 혜택의 윤곽이 드러나면 이전 대상 사업과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정부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기 전에는 기업 입장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구체적인 제안이나 계획이 나와야 검토라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인프라가 좋고 혜택이 많다면 모든 기업이 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전 여부와 관련해 전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구체적인 추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걸쳐 사업장을 운영하는 현대·기아차그룹은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SK, GS 등 정유, 석유화학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세종시 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방안이 구체화하면 계열사의 업종별 시너지 효과나 경영의 효율성 등을 따져 연구소 등의 이전을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LG그룹은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여의도 LG트윈타워 본관 리모델링이 예정돼 있어 일부 계열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에 과학기술 복합단지를 조성하게 되면 LG생명과학이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포스코는 그룹 주력인 철강 사업이 항만과 제철소가 있는 포항과 광양 위주로 전개될 수밖에 없어 내륙 도시인 세종시에서 벌일 수 있는 사업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2천800억원을 투자한 그룹 연구·개발(R&D)센터가 내년 인천 송도에서 완공된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세종시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갖춘 기업도시로 육성되더라도 그곳에 둥지를 틀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세종시 쪽으로 어떤 사업을 이전한다는 고려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아직 정부로부터 어떤 검토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자체적으로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지 않느냐"며 "세종시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정부안이 나오면 그때 가서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세종시 문제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분야가 대부분 물류 중심이고 연구.개발 분야의 핵심 계열사로 대한항공의 항공기 제조사업 분야가 있지만, 부산에 거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운찬 총리는 오는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만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업계 소식통들은 정 총리가 취임 후 기업 총수들을 처음으로 만나는 이번 회동에서 세종시 수정계획을 설명하고 재계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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