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는 외국인 투자자가 부쩍 늘고 있다. 신흥시장 11개국 증권관계자 30명은 최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갔다. 기자가 출입하는 한국거래소도 외국인 투자자로 늘 붐빈다. 내년 10월 개설하는 라오스 증시 상장을 위해 현지기업 최고경영자 20명은 곧 한국거래소와 유관기관을 찾아 교육받을 예정이다. 우리 자본시장 시스템과 법규ㆍ감독체계를 배우기 위한 해외 투자자가 늘어난 점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국내 증권업계는 수년에 걸쳐 미개척 신흥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 왔다. 벌써 가시적 성과도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과 7월 각각 캄보디아ㆍ라오스 정부와 현지 거래소 설립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거래소가 아시아 신흥국 두 곳에서 거래소를 공동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증권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캄보디아에서 국영기업 상장 프로젝트를 따냈다. IBK투자증권은 국내ㆍ외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라오스 거래소 설립위원회가 주최하는 기업공개(IPO) 컨퍼런스에 참여, 현지기업 상장을 위한 컨설팅에 들어갔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에 미숙한 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캄보디아 거래소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현지 정부와 국내 출자업체 간 불협화음으로 이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선진 자본시장 시스템을 이제 막 도입하는 신흥국이란 점을 간과한 탓이다. 결국 상상 이상으로 비효율적인 현지 행정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 발목을 잡힌 것. 다행히 뒤늦게 사태 해결에 나선 양쪽 당국 덕분에 이르면 연말까진 임시 거래소 운영을 위한 경영진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 증권업계는 비좁은 내수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때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증권 유관기관이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경제ㆍ금융 시스템 또는 문화ㆍ언어 차이로 우리 증권업계가 해외시장에서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증권 유관기관이 업계를 상대로 시범 운영에 들어간 해외시장 진출 컨설팅을 더욱 강화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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