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9일 상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책으로 '포이즌필(poison pill·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재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포이즌필 제도의 골자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로 정관을 변경해 포이즌필을 도입할 수 있게 하고, 이후 적대적 M&A 상황이 벌어지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를 적용토록 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이사는 "그간 경영권방어를 위한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기업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많이 소모한 경향이 있었다"며 "포이즌필 도입으로 이런 문제점이 해소돼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은 인수합병 불안감을 떠나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했다.
이 팀장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기업사냥꾼이나 투기펀드의 제물이 될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상태였고 자사주 매입 등 적대적 M&A 방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다만 정부 안이 포이즌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다며 특별결의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황인학 산업본부장은 "포이즌필은 과거 KT&G나 포스코의 사례처럼 지분구조가 분산된 기업에 더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은 이사회 결의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주식의 3분의 1, 출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요하는 특별결의가 가능한 기업이라면 사실상 경영권 방어수단이 별로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런 기업에만 포이즌필을 인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이사회 결의 등으로 요건을 완화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포이즌필 도입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외국 자본의 M&A 가능성에 많이 노출됐다"며 "포이즌필 도입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적대적 M&A 가능성은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금자산을 불필요하게 많이 보유토록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며 "포이즌필이 정착되면 투자가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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