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동아시아공동체 자연 순리대로 이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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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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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 켄이치 일본국제포럼 이사장 인터뷰

반 세기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가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게 하토야마 정부의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 지향 외교에서 벗어나 정책 중심을 아시아로 옮기겠다고 천명했다.

일본 내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아시아 공동체로 묶이면 동아시아 경제가 새로운 장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하토야마의 구상이 너무 이상적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아주경제신문은 창간 2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공동체포럼 의장이자 일본국제포럼 이사장인 이토 켄이치(伊藤憲一)와 일본 민주당의 이치무라 고이치로(市村浩一郎) 중의원, 요코미네 요시로(横峯良郎) 참의원을 만나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견해를 들어 봤다.<편집자 주>


   
 
 
이토 켄이치(사진) 일본국제포럼 이사장은 동아시아 공동체가 자연의 순리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 4일 일본 도쿄 나가다초에 있는 일본국제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이토 이사장은 "동아시아 공동체의 형태가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핵심부와 주변부가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동아시아 공동체는 인위적으로 서두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중ㆍ일 3국의 정치체제가 다르고 과거사에 대한 견해차도 크지만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노력 자체가 큰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가 50년 혹은 100년 뒤 실현될지 모르지만 동아시아 각국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찾아가는 과정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토 이사장은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로 가치관의 차이를 꼽았다. 그는 "공동체 구상과 관련해 공산당 일당지배체제인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만 무엇 하나만 진실이라고 보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점진적으로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교집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ㆍ중ㆍ일 3국은 활발한 교역과 투자, 잦은 왕래를 통해 심리적 거리를 크게 좁히는 등 이미 공동체 건설을 위한 도정을 착실하게 걸어왔다"고 덧붙였다.

이토 이사장은 미국이 배제된 동아시아 공동체는 어불성설이라는 일본 내 비판 여론도 일부 수긍했다. '미국의 방위 우산 아래 경제 문제에만 전념한다'는 '요시다독트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보장 관점에서 일본은 여전히 미ㆍ일 안보조약에 근거한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토 이사장은 그러나 '신일본'이 마주한 국제사회에서는 더 이상 요시다독트린이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을 배경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자립적으로 나서 전 세계와 새롭게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의 화합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토 이사장은 요시다독트린이 전후 일본 정치철학으로 굳혀지면서 일본은 국제사회에 제대로 공헌한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가 번영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일본 외교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며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이런 고민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토 이사장은 일본 외무성 출신의 국제 정치학자로 동아시아공동체포럼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일본국제포럼은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등과 관련한 외교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도쿄=김재환 기자 krik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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