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방통위는 현 정부의 IT 콘트롤타워로 방송통신융합정책 수립, 방송·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 마련 등 우리나라의 방송통신과 관련한 굵직한 이슈들을 추진해왔다.
방통위의 심벌은 '세계 속의 IT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붉은 색에는 방통위의 열정을, 푸른색은 신뢰와 공공성을, 흰색은 중립성의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이나 발전방향 등을 논하는 자리에서 신뢰와 공공성· 중립성에 대해 균형을 잡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관련 업계의 발전 방향 및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하지만 개별 사안마다 표류하고 있고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투자 계획이나 서비스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들은 정부 규제 정책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갈피를 못잡는 현안에 대해 방통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가 열혈적으로 추진해온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많다.
와이브로는 사업초기 서비스 가입자 500만명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 25만명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그동안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들에게 투자 압박만 가해왔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최근 내놓은 와이브로 활성화 방안도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권고' '도모' '환경조성' 등 모호한 단어들로 채워놨다.
인터넷TV(IPTV)사업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당초 연내 200만 가입자를 목표로 했지만 내년 1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독려(?)로 사업자들은 도를 넘은 현금 마케팅, 경품 지급 등 흙탕물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의 경제력 분석기관 'EIU'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T 경쟁력은 세계 16위로 지난 2007년 3위에서 무려 15계단이나 떨어졌다.
이 중 IT발전을 위한 지원(28위), 제도적 환경(33위) 등의 항목에서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순위가 급락한 항목들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목들이다.
방송통신 역시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한 축을 담당했던 분야로서 방통위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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