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파트 지역우선공급 제도 변경이 지방자치단체간의 첨예한 이해가 엇갈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20일 국토해양부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서울시·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한 수도권 주택정책협의회에서 3개 지역의 우선공급물량 변경문제를 둘러싸고 지자체간 이견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이날 협의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현행유지 입장을 굽히지 않자 경기도도 서울시에 우선공급 물량을 주지 않겠다며 양측이 감정대립양상까지 치달았다"고 전했다.
◇서울시·경기도 대립 '왜'
현행 주택지역공급제도상 수도권 66만㎡이상 공공택지의 경우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공급하도록 돼 있다. 서울지역은 총 공급 주택의 100%,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는 30%가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70%는 서울 등 수도권지역주민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현행 서울지역 총공급 주택 100% 서울시민 우선공급 원칙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30%대 70%인 지역 및 수도권간 우선공급비율을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 수도권(서울 포함)에 각각 30%, 50%, 20%으로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의 절충안으로 각각 30%, 20%, 50%로 배정하는 방식을 내놓았지만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청약저축 가입자가 두 지자체와 맞먹는 40만명에 이른다. 또 문호를 개방할 경우 서울인구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교통도 마비될 처지다.
반면 경기도의 경우 우선공급 물량이 서울시만 100%인 점에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더구나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 서울지역 물량은 시세차익이 커 경기지역 주민들이 받는 박탈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 문호를 개방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당초 우선공급비율이 인천지역 주민 100%였으나 서울과 경기도권 주민들의 반발로 30대 70으로 조율했기 때문이다.
◇우선공급제도 개선논의, 왜 시작됐나
우선공급제도 변경 논의가 시작된 것을 내년 4월 사전예약으로 공동주택을 첫 공급하는 위례신도시 물량 때문이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하남시에 걸쳐 사업구역이 지정돼 있다. 송파구는 전체 사업면적의 38%에 해당되며 나머지는 성남시와 하남시 지역이다. 그러나 이 사업지는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전체 주택공급물량의 45%가 송파구에 배정됐다.
경기도는 제공하는 토지비중이 높지만 열공급 시설, 쓰레기 소각장 등 도시기발시설이 배치되면서 제공한 택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건설 물량은 적다.
결국 위례신도시의 경우 전체 공급주택의 45%를 서울시 주민들에게 청약 우선순위가 돌아가고, 나머지 성남과 하남시에 걸쳐 있는 55% 공동주택 중에서도 서울시민은 70%의 청약기회를 얻게 된다.
문제는 위례신도시가 입지적으로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주민들도 선호하고 있어 향후 자산가격의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위례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는 강남세곡, 서초우면지구 등의 보금자리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이제 주택공급제도는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춰 개선되돼야 한다"며 "단순히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드러나는 현재의 주택공급의 문제를 이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이 좀 더 지역 밀착형 정책으로 나아가야 함을 알려주는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성규 건산연 박사는 "정부가 지자체에 주택정책을 맡길 필요도 있지만 이런 사안의 경우 큰 틀의 정책 방향을 직접 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제도 변경되면, 시장 어떻게 바뀌나
지역우선공급제도가 변경되면 위례신도시뿐 아니라 서울지역 보금자리주택의 청약이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진입 장벽이었던 이 비율을 개방하면 서울과 수도권 공공택지내 공동주택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와 인천시민들의 서울지역 위례신도시, 보금자리 청약이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팀장은 "지역우선공급비율이 개정된다면 수도권 수요자들이 대거 서울로 유입될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과 위례신도시, 은평뉴타운 등 의 청약 커트라인은 더욱 높아질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는 심각한 주택 미달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동탄2신도시, 검단신도시 등 아직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3기 신도시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시세차익 등 투자가치가 큰 만큼 경기도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심도 등 수도권 원거리 교통수단, 서울지역 부동산 투기방지 대책 마련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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