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 가장 인기를 끌었던 말이 바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였다.
시장경제의 원칙대로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 결과 기업이 잘 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나 경제가 좋아지고 서민의 삶도 나아진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논리였다.
실제 친기업적인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이 현실화돼기도 했다.
실제 친기업적인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이 현실화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이 지난 여름부터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면서 이 자리를 기업들에 대한 각종 외압성 요구가 차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 문제와 미소금융재단이다.
세종시와 관련된 기업인들의 속내는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던 현재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경제적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로 이전하거나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얼마나 될지 몰라도 5년 후, 10년 후 먹거리를 고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미 세워진 투자계획을 수정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 돈 낭비인 셈이죠.”
L기업 경영기획실 관계자의 말은 세종시에 대한 기업인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이 이 같은 생각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철저하게 수익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세종시 문제는 이와 관련 없는 소모적인 일”이라며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졌다가 봉변을 당할까 우려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에게 무담보로 자립 자금을 대출해주는 미소금융사업 역시 기업들은 정부의 출연금 분담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이와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재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과 금융기관들에 출연금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분담해야 했다.
일부 대기업들과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미소금융재단 출연금에 대해 '준조세'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소금융사업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로 부터도 ‘시장경제를 완전히 무시하는 경제 포퓰리즘’ 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돈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대는 데 생색은 정부가 내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기업을 볼모로 삼는 정부의 행동이 단순한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와 맞 닿아있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외압성 요구가 늘어난 것과 동시에 정부여당 내에서 ‘친서민ㆍ중도실용’이란 말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을 주목한다.
‘친서민·중도실용’ 이란 말과 함께 교육, 주택, 세제 등 각 분야에서 서민지원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 기업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책에 따르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편법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와 상관없는 부담이 늘어날수록 투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최근 살아나는 경기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치적인 논리로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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