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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도발하는 발칙한 연극 ‘관객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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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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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78년 초연된 이래로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연극 '관객모독'이 내달 4일부터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무대에 오른다.

극단 76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연극 ‘관객모독’이 내달 4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무대에 오른다. 관객모독은 현대 독일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피터 한트케의 작품으로 1978년 극단 76단에 의해 한국 초연 이후 2,3년에 한 번씩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관객모독에는 화려한 무대장치나 독특한 의상 따위는 없다. 무대에는 의자 4개와 배우 4명만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오르지 대사만을 매개로 연극을 진행하는데, 무시된 띄어쓰기, 단어 의미의 중복, 목사님의 설교 같은 어조와 약장수 같은 상황 설정 등 언어를 중심으로 독특하게 진행되는 것이 묘미이다.

관객모독은 ‘스토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설명하기가 난해해진다. 기존 연극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연극으로 행복한 결말도, 슬픈 사랑이야기도 없는 관객과 배우, 그리고 연극 자체만으로 다뤄지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없지만 늘 시대를 반영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생각하고 공감하기 위해 매 공연마다 변화하는 그 시대의 이슈를 거론하고 공감하며 세상을 풍자한다. 한국에서 초연한 지 30년이 넘게 흘렀지만 관객모독이 여전히 새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모독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객석을 향한 욕설과 물세례이다. 관객에게 직접 욕을 함으로써 관객을 자각하게 하고, 물세례를 끼얹음으로써 그 어떠한 공연예술도 보여줄 수 없는 모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처음 우리나라에서 관객모독이 무대에 올랐을 때만 해도 공연 중간에 모독을 참지 못하고 나가는 관객이 있는가하면, 모멸감에 울음을 터뜨리는 여성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러한 상황을 미리 알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즐기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객의 의견으로 극이 매번 다르게 진행되고 직접 무대에 올라와 극을 같이 진행하기도 한다.

1978년 신촌의 76소극장에서 처음 관객모독을 무대에 올린 이후 30년이 넘도록 공연은 계속되고 있다. 관객모독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며, 젊은 연극인들에게 보내는 도발의 메시지인 것이다.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gusskrl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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