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투자증권이 지난달 공식 매물로 시장에 나옴에 따라 증권업계 M&A(인수·합병)설이 재차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외환은행 매각과 우리금융 민영화로 은행권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 역시 추가 인수합병이나 매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1차 입찰이 마감한 가운데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매각주관사인 도이체방크에서 입찰개요서(IM)을 수령한 업체는 KB금융지주, 한화, 롯데, HSBC 등으로 4~6곳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KB금융지주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보고 있다. 한화와 롯데 측이 M&A에 비교적 관망하는 입장을 밝힌 반면 KB금융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로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자 KB금융지주 측도 눈치보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투자증권을 가지고 있지만 11월 현재 지점수가 1개에 불과해 기존 증권사 인수로 영업망을 넓히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또 미흡한 자산운용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서도 푸르덴셜투자증권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관건은 인수 가격.
앞서 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은 지점을 늘리는 데 드는 돈 보다 인수가격이 높다면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비슷한 지점 수를 가졌다면 가격이 낮은 쪽을 선택하겠다는 주장이다. 9월 현재 푸르덴셜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75개, 117개 지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M&A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M&A 의사 타진과 동시에 지난 10월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본격적인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향후 하나대투증권도 팔아 넘길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함께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굳이 하나대투증권을 껴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최대주주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M&A 시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SK증권은 하나금융이 하나대투증권 매각 없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넘겨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일각에선 지방은행 금융지주사 추진으로 경쟁 은행들의 증권업 진출설도 조심스레 나온다.
부산은행은 이달 지방은행 최초로 지주회사 추진을 위한 첫 작업으로 증권사를 설립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 등 경쟁 지방은행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게 중론이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사들이 업계 비중 및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계열 증권사 M&A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노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M&A 분위기가 증권업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업에서 M&A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려면 적어도 IMF와 같은 급격한 국내 경기 하락에 따라 생존을 위협 받는 경우가 발생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증권사 M&A는 여전히 증권사 성장에 있어서 매력적인 면이 많아 내년께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 M&A압력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인수 희망자들이 적극적인 M&A 추진보단 매물들을 물색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최근 행보가 180도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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