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땅 중동의 허브로 성장하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금융위기의 덫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늪에 빠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전세계 타워크레인의 절반이 모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개발 열기가 뜨거웠던 두바이는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의 공급 증가에 따른 부동산 버블 논란과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두바이 최대의 국영 개발 기업 두바이월드가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한 마디로 이를 확인해줬다고 볼 수 있다.
UAE 7개 토호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 정부는 25일(현지시간) 두바이월드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며 내년 5월말까지 채무상환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두바이월드의 채무는 약 6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무불이행에는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나킬도 포함된다. 나킬은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도 꼽힌 초대형 인공섬 개발 프로젝트 '팜 아일랜드'의 시행사이다.
26일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두바이 국영회사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까지 간 것은 의외"라며 "이는 두바이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두바이월드의 채무 지불유예 선언이 우리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발주물량 감소와 현재 진행중인 현장에서의 자금회수에 일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두바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50여건 80억달러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두바이월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설사는 나킬의 공사를 수주한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삼성물산은 팜 주메이라와 육지를 연결하는 교량을 건설하는 팜 제벨알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총 공사금액은 3억5000만 달러다.
현재 공정은 51%로 삼성물산은 발주사인 나킬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아 이달초부터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워터프론트 운하도 6개 공구 중 3개 공구의 공사가 끝나 공사대금을 수령했다.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버즈 두바이는 나킬사가 아닌 이마르사가 발주처여서 준공과 자금회수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에서 2건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성원건설도 이번 사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스포츠시티와 컬쳐빌리지 사업장을 갖고 있지만 스포츠시티 내 ‘더 큐브’ 건축공사는 ‘BMG 중동개발회사’라는 독일계 시행사의 도급사업이기 때문이다.
또 UAE가 7개의 서로 다른 토호국가로 이뤄진 일종의 연방인 만큼 각 국가의 경제적 독립성도 상당히 높아 두바이 경제의 어려움이 이웃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다. 특히 우리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아부다비는 전체 UAE 석유의 90%이상이 매장된 지역이어서 경제위기 겪을 확률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에 진출해 있는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두바이에 진출해 있는 우리 건설사들이 많지 않다"며 "진행중인 사업들도 거의 마무리단계라 이번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피해를 입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히려 두바이 정부가 그동안 무리하게 개발사업에 매달려 오던 국영 개발회사들의 구조조정에 나섬으로 서 향후 두바이에 대한 투자 환경이 좋아 질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대부분 아부다비로 거점을 옮기는 등 두바이를 떠난 상황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를 토대로 아부다비 등 새로운 시장 개척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