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IT·자동차·건설 등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내년에도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보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국내 3600개 주요 기업체를 상대로 조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내년도 설비투자를 올해 대비 12.2% 늘릴 계획이다.
이는 기업들이 내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돼 실물경제와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이 올해 4.4% 감소에서 내년 10.0% 확대로 방향을 전환했다. 제조업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IT산업은 통신기기, LCD 등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반도체 부문 투자 회복으로 17.8% 확대할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은 내년도에는 제품 수요의 순환주기 변화와 경기의 바닥 탈출 시기가 맞물려 IT산업이 전체 산업의 설비투자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IT산업은 자동차·석유정제·석유화학 등의 호조로 내년도 6.9% 증가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비제조업은 4대강 사업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건설·유통 등의 투자가 활발해져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4.5%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1.2% 증가하는 반면, 경기부진의 타격을 크게 받는 중소기업은 7.3%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산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만큼 대기업의 설비투자 효과가 중소기업으로 전이될 수 있도록 상생협력, 부품소재 산업 육성 등 중소기업 설비투자를 진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외 경기가 동반 회복되며 내수와 수출기업 모두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내수기업은 내년도 철강부문 투자축소에도 건설·전기·가스, 석유정제업을 중심으로 8.9% 증가해 확대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수출기업도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IT 산업을 중심으로 올해 30.1% 감소에서 10.8%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도 설비투자는 신제품 생산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면서도 "다만 IT산업의 투자규모가 아직 지난해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내부자금 의존 비중이 상승하는 등 보수적 투자 성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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