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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의 수레바퀴) ‘한류’도 안 통한 일본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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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28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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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일본 시장에서 포천막걸리가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게 됐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현대차의 굴욕도 덧붙여 희한하기만 한 일본 시장을 ‘무덤’으로 표현한 적이 있다.

포천막걸리는 그 후 일본에서 주류 유통 사업을 하는 한국인 박정식씨가 일본기업들이 뒤통수를 치지 못하도록 미리 상표등록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란이 일단락됐다.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 ‘지리적표시제(GI)’ 등록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포천막걸리와 달리 고군분투했던 현대차는 지난 27일 일본 승용차 시장을 포기 한다고 발표했다. 10여 년 동안 팔아치운 차가 1만5000대에 그칠 정도로 판매 부진에 허덕여왔다. 지난 9월에는 한 달 동안 11대를 팔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10월 판매대수도 764대에 그쳐 연내에 1000대 판매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동안 쉬쉬해 왔지만 현대차의 부진은 기자들 사이에 말 할 수 없는 ‘침묵의 카르텔’과 같았다. 중국이나 북미, 유럽과 달리 그늘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 배용준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지만 효험이 없었다. 현대차 역시 일본 시장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일본 철수를 기정사실화했던 날 ‘마이니치신문’은 “(이미) 현대차가 지난달 말 도쿄모터쇼 참가를 취소하는 등 일본에서의 사업 조정에 들어갔었다”며 “중국과 미국 등 판매 호조를 보이는,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되는 곳에 소위 ‘총알(자금)’을 집중하고, 안 되는 곳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었다는 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패인을 몇 가지로 꼽는다. 우선 일본인들이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다는 점이다. 도요타를 비롯해 워낙 자국 브랜드들이 다양한 차량을 내놓고 있어서 굳이 다른 브랜드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BMW나 폴크스바겐, 벤츠 등 유럽차를 뺀 나머지 브랜드는 공치는 날이 절반이라고 한다.

일본 현지에 맞는 전략차종을 내놓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 등지와 달리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에 대적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전략 차종을 내놓기도 무안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차=미쓰비시 엔진’이라는 인식이다. 구매력이 높은 40~50대 이상 일본인들은 25년전인 1984년 현대차가 미쓰비시 엔진을 가져다가 스텔라와 엑셀을 만들어 팔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의 치욕을 이겨내고 엔진을 개발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인식변화에는 실패했다.

일본시장은 이제 과거가 됐다. 당장 한국시장에서 도요타와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도요타가 언필칭 한국시장 1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한다. 기술력이나 품질에서 앞선다고 하지만 현대차에게 도요타는 저승사자나 다름없게 됐다.

현대차와 사정은 다르지만 도요타도 1966년 신진자동차(대우자동차의 전신)와 합작으로 한국시장에 처음 진출했다가 1972년 일방적으로 철수한 적이 있다. 1970년 4월 중국이 소위 주4원칙(周4原則; 한국이나 대만에 투자한 국가와 거래하지 않는다)을 발표하자 중국시장을 의식해 발을 뱄다. 더 큰 시장을 위해 잠깐의 행복을 접은 것이다.

연말까지 도요타 차량과 비교시승회를 여는 현대차가 지금의 ‘치욕’을 세계시장에서 되갚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삼성이 소니를 보기 좋게 누르듯 말이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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