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캐리비안의 해적’의 키이라 나이틀리처럼 남자의 도움을 받기보다 직접 일을 해결하는,능동적이고 강한 모습의 여주인공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브라운관에도, 강한 여성 캐릭터로 변신해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친 여배우들이 눈에 띈다.
바로 하반기 최고의 화제드라마 KBS 2TV 수목극 ‘아이리스’의 김태희, 김소연이 그들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로망 김태희는 이 드라마에서 방대한 지식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프로 파일러로 분했다. 지적인 모습과 함께 과격한 액션신까지 직접 소화해 강한 여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련되고 여성적인 이미지의 김소연 역시 ‘아이리스’를 통해 ‘소연의 재발견’란 찬사를 듣고 있다. 화끈한 액션과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연일 주가상승 중이다.
이보다 훨씬 앞서 조선조에 나라를 뒤흔든 여인 같지 않은 여인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세조 때 전대미문의 풍파를 일으킨 양성인간 사방지였고, 다른 이는 고종 당시 개화파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여장사 고대수였다.
요즘같이 성전환 수술이 있었다면 사방지도 어느 한 성을 택했을 터인데 당시로서야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고대수는 본명이 아니다. 그를 포섭했던 '혁명가' 김옥균이 수호지에 나오는 여장부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학계에서는 갑신정변 직후 처형된 궁녀 이우석이 고대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변이 실패한 후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이 썼던 갑신일록에 보면 '궁녀 모 씨는 42세인데 신체가 남자처럼 건장하고 완력이 남자 5, 6명을 당해낼 만하다'고 나와 있다.
굳이 실명을 감춘 것으로 보아 굉장히 신임하고 아꼈던 핵심 '스파이'였던 듯하다.
실제 고대수는 궁중의 비밀과 동태를 수시로 알려줬다. 거사 때는 고종의 오침시간을 다른 소일거리로 대체시키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작업'했고, 화약을 터뜨려 방화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었다.
완력을 테스트하는 경기 중 대표적인 게 역도가 아닐까 한다. 올림픽이 시작될 때부터 체조의 한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래서 이름난 역사들에게는 힘의 대명사 '헤라클레스'가 뒤따른다.
하지만 역도는 힘만으로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체가 튼실하게 받쳐줘야 하는 데다 순간집중력과 순발력도 갖춰야 한다.
역도 선수들은 강한 하체 덕분에 점프력도 매우 뛰어나다. 2009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재혁의 점프력은 100㎝로 프로농구 베스트선수급이고, 장미란은 '피겨퀸' 김연아와 같은 60㎝에 달한다. '살찐 하마' 역도 선수들이 이 정도일 줄이야.
장미란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과연 '여자 헤라클레스'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자 4연패는 장미란 외에 중국 선수 2명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록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계선수권 5연패와 올림픽 2연패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