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오이쩨 등 베트남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베트남의 한 40년 경력 농민은 청년들의 귀농이 자신의 생각을 바꿔놓은 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따라 들판에 나갔고, 어른이 돼서도 조부모가 남긴 땅에서 먹고살았다. 디지털 전환, 전자상거래, 이력 추적, 지속 가능한 발전 같은 말은 낯설고 먼 얘기처럼 들렸다." 그의 생각을 바꾼 건 그럴싸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였다.
◆ "땅 안에서 찾지 못하던 답, 청년들이 들고 왔다"
전통적으로 베트남 농민들은 생산에만 집중했다. 심고 가꾸고 거두는 데는 익숙하지만 판매나 소비자 접점은 낯선 영역이었다. 대부분의 농산물은 중간 상인에게 그때그때 시세로 넘겼다. 풍작이어도 가격이 떨어지면 소득은 그대로였다.
한 청년은 "처음엔 많은 분들이 망설이셨다"며 "나이가 들어서 기술을 배우기 어렵다고 했지만 청년들이 끈기 있게 곁에서 도와주니 차츰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그 결과, 동네에서만 팔던 농산물이 다른 성과 도시, 주요 수출 파트너에게까지 닿기 시작했고 농가 소득은 눈에 띄게 올랐다.
청년들은 판로 개척에서 더 나아가 농산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꿨다. 단순 판매를 떠나 농산물의 '스토리'를 강조한다. 유기농 재배 과정, 지역 문화, 생산자의 철학을 제품과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명한 원산지 정보와 추적 가능성은 신뢰를 높이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환경 문제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수확 후 볏짚 태우기는 베트남 농촌에서 오랜 관행이었다. 빠르게 밭을 정리하는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볏짚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볏짚과 낙엽 같은 농업 부산물로 유기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가르쳤다. 버려지던 부산물이 자원으로 바뀐 것이다. 화학 비료 사용량이 줄고 유기 비료와 친환경 제품 활용이 늘면서 생산 비용이 절감되고 토양과 수자원 보호에도 기여하게 됐다.
40년간 농사를 지었다는 A씨는 "청년들이 고향에 가져오는 가장 값진 것은 기술이나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농민도 기술을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 농산물도 제대로 투자하면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의 지식과 기술, 농민의 생산 경험과 땅에 대한 사랑이 함께할 때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해외에서 공부한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이공계 명문 그르노블 폴리테크닉대학교를 졸업한 30대 당 즈엉 민 호앙 씨는 안정적인 해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인 동나이성으로 돌아왔다. 그는 가족 농장에 태양광 전력, IoT(사물 인터넷) 기반 자동 관개, 드론 방제, QR코드 이력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호앙 씨는 작물별 전자 영농일지를 구축해 소비자가 생산·관리·수확·운송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유기농 후추와 아보카도 등은 미국·유럽 시장 기준을 충족하며 해외 유통망에도 진출하고 있다. 호앙 씨는 "기술을 제대로 익히고 꼼꼼하게 적용하면 베트남 농민도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빈롱성 세미나 "생산하는 대로 팔던 시대는 끝났다"
최근 베트남 빈롱성에서는 농업 사고방식 전환을 주제로 한 대규모 세미나가 열렸다. 빈롱성 농민협회 상임위원회는 3일 빈롱성 롱호 용안 과수원에서 '농업 생산에서 농업 경제로의 사고 전환' 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관련 부처 간부들을 비롯해 빈롱성 내 기업 및 농민 협동조합 대표 3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협동조합과 연계한 전문 농업 인력 개발, 농업 관광 육성, 농업 가치 사슬 구축, 새로운 단계에서의 빈롱성 농업 발전 방향 등이 논의됐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레 민 호안 전 베트남 국회 부의장은 세미나에서 "농민이 농업 사고 전환 과정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이 단순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며 "있는 것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안 전 부의장은 "농민들이 가진 것을 생산하는 방식에서 '시장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며 품질 관리, 이력 추적, 브랜드 구축, 협동조합 연계를 통한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생산과 관광, 체험, 교육, 서비스를 결합한 다가치 농업 모델 구축을 통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누리꾼들 "청년은 희망"... 지원 필요성도 제기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청년들의 노력뿐 아니라 자본과 기술, 시장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청춘의 에너지와 과학기술, 현장의 경험이 결합하면 엄청난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고향으로 돌아와 기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기술은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돕는 필수 흐름"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현대 농업은 전통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데이터와 자동화 기술이 필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베트남 농촌은 청년의 기술과 농민의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농업은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농업의 미래는 세대 간 협력과 사고 전환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현지에서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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