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로 금융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금융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은행권에 미칠 여파는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예상치 못한 신용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지만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평가다.
30일 은행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두바이 쇼크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반응은 신중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먼저 두바이 여파로 유럽 지역의 금융경색이 올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조선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내년 은행 경영에서 조선과 해운 부문이 안고 있는 잠재적 신용위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박금융시장의 침체는 은행들의 수익성에도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전체 선박수주 잔액의 약 70%는 유럽지역의 발주물량"이라면서 "유럽지역의 선박금융 경색이 해소되지 않으면 선박대금 지급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리먼 사태처럼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는 섣부르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감안할 때 신용위험 정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낙관론에는 선박금융 조성과 제작금융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정부가 조선과 해운 부문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은행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선박수주 상위 40위권 조선업체에 제공한 신용공여는 약 38조6000억원.
이중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9개 은행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는 32조5000억원이다. 현대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상위 6개 조선사와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4개사를 제외한 익스포저는 12조3000억원이다.
그러나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사를 대상으로 발급된 RG는 대부분 서울보증보험과 수출보험공사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
중소형사를 대상으로 발급된 RG를 제외한 순수 대출 및 유가 증권은 1조6000억원 정도다.
송희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RG로 인한 은행권의 피해는 제한될 수 있다"면서 "시장의 우려는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내년 경영 전망이 여전히 밝다는 주장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바이 사태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또 다른 리먼 사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 사태는 이슬람권에서 1차적으로 먼저 해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겨우 회복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사태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수익성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
김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자금의 저금리 차환 발행에 따른 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CD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에 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면서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1분기 2.43%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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