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녹색보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서둘러 상품을 내놓다 보니 수익성과 고객 수요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녹색보험 상품인 자전거보험은 저조한 실적 속에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은품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판매되는 자전거보험은 월 판매 실적이 200건을 밑돌고 있다. 일부 손보사는 한 달에 10건도 팔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금융기관 및 유통업체가 고객 사은 행사의 일환으로 자전거보험 무료 가입서비스를 제공한 데 따른 실적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자전거보험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상품으로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지출보험금 비율) 통계가 전무해 수익성을 전망하기 어렵다"며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생소하게 여기는 국민 정서도 걸림돌"이라고 토로했다.
차량 수리시 중고부품을 사용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주행거리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방안 등도 불완전하게 시행되거나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부터 요일제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할인폭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약정 요일에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보험계약 만기일에 해당 보험료를 돌려주는 '후 할인방식'을 도입해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요일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기진단장치(OBD)도 가입자가 별도 구매해야 한다.
중고부품 재활용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안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중고부품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하지만 차주가 중고부품을 사용하는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녹색보험 상품이 손보업계의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당국이나 업계가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너무 서둘러 상품을 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을 내놓을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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