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 부진·발주 취소 등으로 인력 남아
신규 수주 부진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드디어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이 국내 대형 조선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조선부문 전 직원(2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하지만 희망퇴직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자에게 정년퇴직 잔여기간과 근속연수기준으로 6개월에서 15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신규 수주 부진에 따른 유휴 인력과 장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의 수주 실적은 총 13척을 기록했지만 하지만 올해(11월말 기준)는 총 6척에 그쳤다.
이에 반해 한진중공업의 선박건조능력(영도 조선소 기준)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지난 1999년 30만DWT(재화중량t수)에 불과하던 건조능력은 올해 기준으로 116만DWT로 4배 증가했다.
장지에슈 상해국제운항연구센터 관리국장 역시 "현재 시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건조 능력이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며 조선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실적 악화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CMA-CGM가 선발 발주 취소 및 인도 연기에 나선 것도 한진중공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사(총 43척) 가운데 가장 많은 15척(영도 3척·수빅 12척)을 CMA-CGM으로부터 수주했다. 특히 수주 선박이 대부분 중소형급 컨테이너선이어서 CMA-CGM 측이 한진중공업에 수주 취소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중공업 9척, 대우조선해양 8척, 현대미포조선 6척, 삼성중공업 5척을 각각 수주한 상태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한진중공업은 재무경험이 풍부한 이재용 대표이사 사장을 내세워 긴축 경영에 나섰다.
도크책임제, 최저가격 입찰제 등을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지만 시황 자체가 살아나고 있지 않아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상황이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국내 대형 조선사 중 한곳은 내부적으로 인력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들도 직원수를 1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한조선·세코중공업·C&중공업·YS중공업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이미 워크아웃 및 퇴출 절차에 들어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감을 지키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라며 "일감 감소로 협력 및 외주 업체들의 고용 인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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