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연내처리 멀어진 한은법 개정안
정무위-재정위 의견차에 합의점 찾기 어려워
법사위 “올해안 처리 무리…내년 2월쯤 논의”
"최근 법사위로 넘어온 한은법 개정안은 정무위와 재정위의 입장을 좀 더 듣고 정리된 의견이 제시될 때까지는 일단 계류해놓을 예정이다."
한은에 제한적인 금융회사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이 결국 해를 넘길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자존심 싸움'에 법사위가 법안 처리를 일단 미루기로 한 것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임시국회가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올해안에 처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2월쯤 본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한은법 개정안으로 인해 금융기관들은 어떤 방향으로 내년도 계획을 세워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에 한은이 추가 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의 이런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상임위 위원장들의 기싸움으로 번진 이번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본회의의 표결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반대토론을 해서 우리의 반대 의사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무위는 재정위의 한은 개정법 법사위 제출에 반발해 '맞대응 법안'을 만들어 놓았다.
정무위의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급결제제도 감독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이 법안은 지급결제 관련 업무를 한은이 맡도록 한 기존 한은법에 대항해 금감원이 지급결제제도 관련 기관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재정위는 법사위로 넘어간 한은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공식 요청을 할 예정이다.
재정위 소속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정무위가 한은법 개정을 막기위해 노력하는 만큼 기재위도 대응하겠다"며 "현재 상임위 차원에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구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김영선 정무위원장도 법사위에 한은법 개정안 심사 보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두 상임위의 싸움이 법사위로 넘어간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법사위가 타 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는 이유는 내용 심사가 아닌 법률 체계만을 검토하기 위한 장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두 상임위에서 어떻게든 합의했어야 한다"면서 "갈등을 해결하도록 상임위 차원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법 개정을 둘러싼 두 상임위의 싸움은 국회의 토론과 소통의 기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적 토의를 통해 국가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상임위가 의견 조율에 실패하고 자신의 목소리만을 내는 것이다.
정무위와 재정위 측은 획일적 당론이 아닌 의원 각자의 입법권을 존중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당론이 아닌 의원 스스로의 판단하는 상임위 중심주의의 시행작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 작은 시행착오로 인해 정책이 적용되는 현장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아주경제= 팽재용 기자 paengm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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