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결정판으로 내세운 미소금융 사업이 시설 및 인력이 완비되지 않은 채로 시행돼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금융 사업 참여 주체인 정부와 해당 대기업에 대한 홍보에만 치중한 채 정작 수요자인 서민층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LG·SK그룹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및 은행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서민금융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미소금융재단에는 대출 상담을 위한 전화 회선이 하나 밖에 없어 이용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한 시중은행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찾은 이모씨(35, 남)는 "전화 상담 회선이 하나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아연실색했다"며 "상담원과 통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개별 미소금융재단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지방에서 대출 상담을 위해 상경했다는 한 고객은 "서울에 도착한 후 위치를 찾기 힘들어 3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며 "재단 측 홈페이지에 소개된 약도가 부실한 탓"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렵게 재단을 찾아도 만족할 만한 상담을 받기란 쉽지 않다. 재단 운영시간이 은행과 동일한 데다 내방객이 많아 충분한 상담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고객은 "재단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은행과 똑같다"며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일반 은행 대출업무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또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개별 미소금융재단의 경우 대부분 해당 은행의 서민금융 인력이 임시로 파견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설립한 우리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지난주 업무를 시작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수요가 폭주하다보니 정신이 없다"며 "지원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서비스의 질도 향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소금융 사업의 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소금융 사업이 성공하려면 금융전문가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충원돼야 한다"며 "은행원과 민간 자원봉사자들로 재단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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