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정치 10대 뉴스
다사다난했던 2009년 한국정치사가 마감되고 있다. 올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서거로 정치권은 조문정국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어 미디어법 강행처리, 세종시 수정, 4대 강 사업 논란 등으로 국회는 유례없는 공전을 거듭했다. 남북관계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급속히 냉각됐다. 철거민과 경찰관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와 희대의 성폭행인 조두순 사건에 대한 대책을 놓고 정치권은 또한번 격론에 휩싸였던 한해였다.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민심 요동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월23일 경남 김해 고향마을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다. 야당은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등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500만여 애도 인파가 전국 곳곳의 거리와 광장을 메웠다. ‘반정부’ 민심은 거세게 요동쳤다. 장례는 같은달 29일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세종시·4대강사업 놓고 여야 칼끝 대치
정운찬 국무총리가 9월 내정 직후 세종시의 비효율성을 거론하며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자 야권과 충청권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여기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내 갈등도 고조됐다. 4대 강 사업 논란도 예산 문제와 맞물리면서 최악의 ‘예산국회’를 만들었다.
◆민주화의 역사,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월18일 서거했다. 장례는 고인이 남긴 민주화 및 남북화해 업적을 고려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3일 국장으로 치러졌다. 6일간 치러진 국장에서 국민들과 전 세계 지도자들은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자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외환위기 극복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긴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정치적 라이벌 김영삼 전 대통령도 빈소를 찾아 상도동계와 동교동계화해의 계기가 됐다.
◆아직도 해결 안된 용산참사의 비극 용산참사
1월20일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의 4층 건물을 점거 농성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으며 농성자 5명,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과 세입자 보상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유족측은 경찰 강제진압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다.
◆北, 2차 핵실험…김정은 후계자 내정
북한은 5월25일, 2006년 10월에 이은 두번째 핵실험을 강행했고 유엔은 6월13일 대북 무기금수, 금융제재, 화물검색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로 제재 수위를 높였다. 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8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올해 1월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3대 권력 세습’의 초석을 마련했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 성공
9월말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제3차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G20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따라 종래 G7이나 G8을 대체하는 전세계 최고의 연례협의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신흥국 중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영예를 안아 외교사적 쾌거는 물론 국격(國格)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정국 급속 냉각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경영 참여를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 논란은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7월22일 한나라당은 야당, 언론노조 등의 반대에도 이 법을 강행처리했고,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이어졌다.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했지만 헌재는 “절차적 문제가 있지만 법은 유효다”라고 결정해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나로호, 궤도 진입 실패…우주 꿈 허공으로
8월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7차례 연기 끝에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나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과학기술위성2호를 정해진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발사는 성공했지만 위성을 우주에 안착시키는 임무는 실패하고 말았다.
◆8세 여아 성폭행 희대의 조두순 사건
8세 여아를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해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조두순 사건은 검찰의 잘못된 혐의 적용으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은 아동 성폭력범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키로 했다.
◆신종플루 전방위 확산…전국 술렁
4월말 멕시코에서 집단 발생하기 시작한 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전세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한국은 5월2일 멕시코에서 입국한 여성이 첫 감염자로 확인된 이래 학교를 중심으로 집단 발병이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130명에 육박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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