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통상 겨울철이 부동산 시장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도입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여파로 아파트 거래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대출 문의조차 뚝 끊긴 상황이다.
다음 달 새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도입을 앞두고 그나마 대출이 필요한 고객조차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자체가 뜸하다 보니 기준금리 변경 이슈도 고객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 시중은행들의 전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해 들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영업 실적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민은행의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851억 원 감소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25일까지 2천18억 원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5207억 원에 달했으나 이달에는 2919억 원(25일 기준)으로 증가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농협도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530억 원에서 1164억 원으로, 우리은행은 526억 원에서 217억 원으로 각각 쪼그라들었다.
은행들은 경기 회복 추세에 맞춰 대출 영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요 자체가 실종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경기회복 추세에 맞춰 은행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DTI 규제 도입과 아파트 가격 약보합 등으로 창구 대출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담당자도 "일부 지역의 집단대출을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 시장 자체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강남이나 잠실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매매 거래가 일어나 그나마 대출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전세자금 대출 역시 증가세가 둔화했다.
우리, 신한, 기업, 하나, 농협 등 5개 은행의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6일 현재 7조6958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701억 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증가액인 1천365억 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이다.
1월에는 계절적 비수기여서 대출 수요가 절반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은 주로 근로자·서민·저소득가구 등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으로, 대출 금리가 연 2~4%대로 낮다.
금융권은 그러나 강남권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강북 등으로 확산하면 본격적인 이사철인 2~3월에는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전세가격은 송파구와 서초구가 각각 24%, 13% 이상 상승했고 강남구는 10% 가까이 올랐다.
임도연 우리은행 주택기금부 차장은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가 짝수 해인 만큼 신혼부부 등의 수요로 이사철인 2~3월부터는 대출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찬바람에 불면서 다음달부터 도입될 새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북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대출 상담도 뜸하지만, 기준금리 변경과 관련한 문의 전화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업점 대출담당자는 "고객들은 당장 눈앞에 적용되는 대출금리 수준에만 관심을 가질 뿐 기준금리가 어떻게 바뀌든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 기준금리 상품이 나오더라도 대출금리가 현재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금리보다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도 새 기준금리 상품 도입을 높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당장 다음달 16일부터 9개 은행의 자금 조달 상황을 반영한 기준금리를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 2가지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은행들은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
하지만 금리 변동성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가산금리를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은행권의 고민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의 경우 당장은 금리가 낮을 수 있지만 향후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잔액기준 대출금리보다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때 신규 및 잔액 기준 금리간 스프레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것인지, CD금리보다 얼마나 우대할 것이냐 등등 따져볼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가지 금리만을 우대할 경우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금리 하락기에는 고객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상품을 팔 때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주경제=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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