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은행세 도입방안과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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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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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장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 등을 토대로 어느 정도 극복됨에 따라 금융위기의 재발방지와 구제금융 비용의 회수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다각적인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산업에 대한 과세방안, 소위 은행세 도입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최근 IMF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 제출한 보고를 통해 은행실패나 금융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대처에 필요한 재정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금융안정분담금과 함께 일반 조세로서 금융활동세를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금융거래세, 소위 토빈세가 또 다른 대안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우선 금융안정부담금은 개별 금융기관의 위험활동에 대해서 부과함으로써 미래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처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부채에 대해 부과함으로써 위험자산이 많을수록 부담이 커지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징수한 세입은 장래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필요한 구제금융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안전부담금이 미래의 금융부실 대처를 위한 별도의 기금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한 부담금의 형태라고 한다면, 금융거래세와 금융활동세는 일반 조세의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금융거래세, 소위 토빈세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지되고 있는 방안이다. 원래 토빈세는 197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빈 교수에 의해 제안됐다. 통화거래에 과세함으로써 단기의 과도한 투기적 거래를 축소하고 급격한 환율변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라질의 경우 2009년 10월부터 외화유입 급증에 따른 환율하락을 억제하기 위하여 외화자금의 브라질 헤알화 표시 주식과 채권투자에 대해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는데, 환율안정의 측면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일반 조세로서 금융거래세의 세수는 일반 재원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특히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거나 국제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하여 후진국들에 대한 지원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지지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거래세에 대해서는 그 부담의 많은 부분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스템 자체의 리스크를 줄이거나 금융분야의 경제적 지대에 과세하기에는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활동세는 금융기관들의 이윤과 보수 총액에 부과되는 세금으로서, 기본적으로 금융서비스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금융거래세 도입 주장에 대한 대안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금융기관의 수익에 대해 법인세가 과세되고 있어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현재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다른 용역과 달리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활동세의 과세는 오히려 과세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비과세에 따라 금융부문이 과도하게 팽창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상의 세 가지 형태의 은행세 과세방식들에 대해서 각국은 처한 금융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어 국제적인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금융위기 재발 방지 및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위하여 특별기여금제도, 금융안정기금, 은행자본확충펀드, 구조조정기금 등의 여러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 과정에서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을 위한 별도의 재정투입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의 구축은 향후 국제적인 논의의 전개에 따라 현행 제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나 이번의 금융위기 과정에서 단기간의 외화자금 유출입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단기간의 외화자금 유출입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은 금융거래세를 도입 또는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파생상품 시장과 외환시장에서의 거래세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파생상품 거래 규모를 가지고 있고 투기적인 거래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과세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기 외화자금의 유출입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 외환시장에서의 거래세 부과도 국제적 공조를 바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만으로는 국제 자본이동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개혁에 대한 국제적인 분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을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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