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우리투자증권에서 첫 여성 임원으로 임명된 오세임(49·사진) 상무는 여타 임원들이 지니고 있는 카리스마로 뭉친, 27년의 외국계 은행·증권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금융 베테랑'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조직운영은 물론이고 파생금융상품, 프라이빗뱅크(PB), 주식 등의 영업모델까지 꿰뚫고 있는 그는 여러 외국계 증권사를 거치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그가 국내 증권사 최초로 도입하려는 '오퍼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돌아봤다.
◆ 국내 증권사 최초로 '오퍼레이션' 도입
그가 국내 증권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개념인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오퍼레이션이란 격자체제(Functional Line)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의 체제였던 단선조직을 뒤엎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증권사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익숙한 개념이다.
오세임 상무는 "우리나라 증권회사가 위탁영업뿐 아니라 트레이딩, 투자은행(IB)까지 분야가 점점 다양화되고 다국화 되기 때문에 한국계 증권사도 오퍼레이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오퍼레이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오 상무가 국내 증권사에 외국계의 체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소식에, 다른 국내 증권회사와 은행들도 집중하고 있다. 첫 시도인 만큼, 그가 성공할 경우 자신들의 경영에도 변화를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시도에는 그만큼 위험이 따르기에 어깨가 무겁지 않냐는 질문에 오 상무는 "재미있다"고 답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3000명의 조직원이 그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며 끈기있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우리 회사가 각도를 조금이라도 틀 수 있다면 몇 년 뒤에는 현격한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 오 상무의 지치지 않는 도전
오세임 상무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것은 그가 걸어온 길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가 졸업 이후 27년간 금융업계에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치지 않는 도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 상무는 회사를 다니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포기하지 않고 파고드는 기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처음 다닌 회사에서 외국어와 경영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바로 외국어와 경영학을 공부했고 이는 오 상무를 금융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많은 외국계 금융회사를 거치면서, 그는 외국계 증권사 2개와 은행 1개의 설립멤버로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1996년 영국계 증권사인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 와셔스틴 증권이 한국에 회사를 설립할 때 오 상무는 영국인 두 명과 함께 설립멤버로서 활동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그렇게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재무, 오퍼레이션, IT, 업무총괄 등의 여러 일을 배웠다"며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기질을 찾게 되고 그것은 그 분야로의 전문성을 키워주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에서 몇 안되는 여성 임원으로써 스스로 '나는 대단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고 자평하는 오 상무는 현재 여성들이 훨씬 더 잠재력이 크다고 말한다.
"한국 증권업계에 왜 여자 임원이 적을까 생각해보면 대학을 졸업한 여자들을 채용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여성 스스로 자신을 위축시켜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영어도 공부하지 않은 '수학과 나온 여자'가 외국 금융계에서 차곡차곡 일하며 27년이 지나고 보니 참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여성들이 포기하지 말고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딪쳤으면 좋겠습니다."
jjs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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