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이야기한다... 피터 브룩의 연극 '11 그리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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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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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프리카에 대한 연극 한 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도문을 몇 번 외우느냐에 따라 벌어지는 두 부족 간의 폭력과 살인을 다룬 연극 ‘11 그리고 12’가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아프리카 수피교(이슬람 신비주의)에는 ‘완벽의 진주’라는 예배의식이 있다. 이 의식에서 기도문을 11번 외울지 12번 외울지를 두고 두 부족 간의 분쟁이 일어난다. 12번 외우기를 주장하는 부족의 지도자인 보카는 상대편 부족 지도자 '하말라'에 감화되어 기도문을 11번 외우는 것에 찬성하지만 결국 마을로부터 추방당해 죽게 된다. 또한 이들의 종교적 싸움은 ‘식민지 사업’이라는 프랑스의 정치적 목적과 연계되면서 영토의 분할지배로 비화된다. 이는 1930년대 아프리카 말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보카는 두 부족 간의 폭력과 반목 사이에서 ‘관용’을 통해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고자 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를 두고 영국의 한 언론은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도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임으로써 얻게 되는 평화로움, 그리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고 그들과 화해를 시도할 수 있는 관용에 대한 이야기”라고 평했다. 연출가 또한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쉽게 폭력에 의지한다. 폭력을 대단한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절대적인 무기력 상태일 뿐”이라며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폭력을 거부하는,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 관용이다. 이러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인간은 좀 더 높은 단계로 승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극은 아프리카 작가 아마도우 함파테 바의 소설을 극화한 것으로, 2009년 11월 파리의 뷔페 뒤 노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연극은 특별한 연출을 선보인다. 전통적 막 구조를 탈피하고 무대의 군더더기를 없앴다. 해설자가 등장하여 사건을 설명하고 배우들은 해설자가 설명하는 에피소드 속 인물을 연기한다. 배우 또한 영국, 미국, 이스라엘, 스페인, 프랑스, 말리 출신의 7명만이 출연한다. 무대 소품도 카펫 한 장과 헐벗은 나무 둥치, 모래 몇 줌 등이 전부다.
 
이 특이한 형식의 연출을 맡은 이는 올해 85세의 피터 브룩이다. 그는 1960년대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연출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전 세계를 무대로 7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했다. 다양한 연극 장치와 효과를 버리고 연극의 기초인 텍스트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 브룩은 정열적이고 명료한 연출로 공연 예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는 20대에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오페라 살로메를 함께 작업한 것을 비롯해 성서보다 15배나 긴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를 9시간짜리 연극으로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룩이 아프리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는 아주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몇몇 아시아 문화보다 홀대를 당하고 착취되어 왔지만 미래에는 중국 다음으로 부상할 수 있는 풍부한 문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극은 전체 영어로 진행되고 한글 자막이 뜬다. 티켓 3만~7만원. 문의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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