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중국 증시에 비유통주 해제물량이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11월 예상 해제물량만 2조 5000억 위안 정도 됩니다. 특히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中國石油) 는 8일부터 1조8000억 위안 규모의 비유통주 1575억2200만주를 시장에 유통시키기로 했지요.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급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지 투자자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중국 증시의 ‘암초’라고 불리는 비유통주(非流通股)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비유통주는 말 그대로 유통되지 않는 주식으로 중국 증시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주식입니다.
비유통주의 탄생은 과거 중국 주식시장이 개장했던 199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증시 상장기업의 95%는 국유기업이었습니다. 따라서 덩샤오핑(鄧小平)은 ‘국유기업 주식을 외국인이 다 거머쥐면 회사가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해 전체 주식의 30%만 시장에서 유통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유통되지 않은 70%는 국가나 법인이 움켜쥐었지요. 이것이 바로 비유통주입니다.
그러나 이는 곧 중국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주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또한 회사경영에 있어서 해당 기업을 지배하는 국가나 기관의 입김이 작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지난 1999년과 2001년 두 차례 비유통주 개혁을 실시하려 했지만 주식시장 수급악화를 염려로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비유통주를 시장에 풀 것이라는 가능성만 내비치면 주식은 곤두박질 쳤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 증시는 암흑기를 보냈지요. 비유통주가 시장에 마구 쏟아져 나온다면 주가가 폭락을 면치 못할 것이기 대문에 투자가들은 안심하고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2005년 중국은 ‘주식권리분할(股權分置)’ 개혁을 실시했습니다. 이 개혁의 핵심은 바로 비유통주 물량을 대거 시장에 공급했을 때 주가 폭락으로 기존 주식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주식을 공짜로 나눠주거나 현금을 지급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A 회사 주식이 총 2억 주라고 할 때 이 중 25%인 5000만 주만 유통되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 회사는 기존 유통주 주주에게 10주당 2주를 공짜로 나눠주고 현금 5위안을 더 얹어준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A 회사는 2500만 위안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기존의 비유통주 1000만 주를 유통주로 전환, 총 6000만 주를 시장에 유통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1억4000만주는 ‘매각제한주(限售股)’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매각제한주는 우리나라 보호예수주와 비슷한 개념으로 지금 당장은 매각이 제한됐지만 만기가 되면 유통시킬 수 있는 주식을 뜻합니다.
이러한 주식개혁 끝에 중국 증시는 시장에 신뢰감을 주어 2005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됩니다. 2005년 1000선에서 출발한 중국 증시는 2007년에는 6000선을 돌파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활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한 매각제한주, 즉 비유통주 해제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중국 증시는 또 한차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연이어서 바로 이 매각제한주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보겠습니다.
배인선 기자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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