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 이야기 6-2> 쉬쉬할게 뭐야, 디산저(第三者 애인)는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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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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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헌규의 중국 이야기 6-2> 쉬쉬할게 뭐야, 디산저(第三者 애인)는 ‘자랑’

6장. 21세기 중국 성(性)에 관한 보고서
6장-2번 쉬쉬할게 뭐야, 디산저(第三者 애인)는 ‘자랑’

제목 == 가난뱅이의 정실보다는 부자의 첩이 좋아
사진설명 : 대다수 중국인들은 성에 관해 대담하고 직설적인 편이다. 도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다뤄 크게 인기를 끈 안방 TV드라마 '워쥐'의 한 장면.


지난 2005년 가을. 베이징시내 허우하이 공원에 접한 디안먼동다제(地安門東大街)대로변. 이곳은 매일 저녁 또는 주말이면 숱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젊음을 발산하는 곳이다. 하루는 이곳을 지나다가 눈과 귀를 의심케하는 아주 희한한 일을 목격했다. 20대쯤 돼 보이는 여성이 은밀히 접근해 900위안이면 술을 마시고 아가씨와 함께 묵을수 있다며 소매를 끄는 것이었다.

중국 사회의 성풍속도가 급속히 개방되고 있다고 하지만 포주가 술집이나 뒷골목도 아니고, 베이징 시내 한가운데서 까지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동행한 중국인 친구는 지금 중국 경제사회 체제가 실질적인 자본주의인데 서구와 다를게 뭐 있겠냐라며 오히려 내쪽을 이상하다는 투로 쳐다봤다. 중국인들의 성 의식 개방이 경제성장 속도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에 대한 관념과 성 문화의 개방화 탓에 최근에는 이혼률이 높아져 가정위기를 초래하는 등 사회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중국 전역에서 무려 171만쌍이 이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혼 증가율도 전년대비 10%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혼외정사에 대한 처벌과 배상규정이 솜방망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디산저(第三者 애인)’에 대한 유혹을 부추기고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세태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이혼손해배상 제도’는 혼외정사 소송시 승소확률과 배상 금액 모두가 턱없이 낮고 법원에 배우자의 외도사실을 증명하는 절차도 엄청 까다로운 걸로 정평이 나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상당수 지방 정부의 법에는 혼외 동거를 이혼및 배상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동거에 대한 명확한 기간 명시도 없다. 다만 정인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한 것을 동거로 간주한다는 모호한 규정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3개월 이상이라고 기간을 명시한 광동(廣東)성 고급인민법원의 법규를 보면 이혼이라는 사회문제를 놓고 꾀나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중국 성의학회가 최근 전국 7만여명의 넷티즌을 상대로 성 건강실태를 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기혼 남성의 경우 조사대상 47.4%가 혼외 성 관계를 경험했으며 기혼 여성중에서도 42.4%가 외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기혼자의 13.5%, 여성 기혼자의 경우 9.5%는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상시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줬다. 조사결과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 40대 이하로서 학력이 높고 도시에 살면서 수입이 높은 계층으로 갈수록 혼인중 이성과의 성관계인 외도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들의 성에 대한 자기 표현과 행동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체로 대담하고 직설적이라는 느낌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중국 여기자는 친구 좀 소개시켜달라는 농담 섞인 요구에 ‘”당신 돈 많냐. 그리고 건강하냐?” 이렇게 응수해 왔다. 그녀는 생글 생글 웃는 모습으로 무안해서 벌개진 내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중국 사회 일부 사람들은 능력만 되면 디싼저라는 이름의 애인을 두는 게 흉도 아니고 쉬쉬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한 사회의식 조사에서는 상당수 여대생 응답자들이 빈털터리 가난뱅이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느니 차라리 부자의 첩으로 들어가 풍요롭게 생활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대답해 충격을 안겨준 적도 있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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