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 이야기 6-5> 콘돔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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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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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장 21세기 중국 성(性)에 관한 보고서 5

지난 2009년 중국 굴지의 대기업 여성 종업원들의 선정적인 맨 몸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유포됐다. 네티즌들은 포르노에 가까운 문제의 사진들을 미친 듯이 클릭했다. 또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는 ‘남방항공의 요염한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포르노성 황색 사진들이 올라왔다. 동료와 나신으로 지내는 일상 생활을 담은 사진, 큰 눈의 미녀가 거의 벗다시피한 차림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야한 사진들이 사이트를 장식했다.

비슷한 시기 상하이 유명 백화점 여직원의 음란스런 동영상물이 중국의 ‘황색 인터넷 바다’에 농도를 더해줬다. 백화점 카파(Kappa) 매장의 한 여직원은 자신의 나신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블로그에 올려놓고 검색은 물론 다운까지 받아갈 수 있게 했다. ‘카파(Kappa) 녀’의 벗은 모습을 보기 위해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에만 매일 수십만명의 네티즌들이 다녀갔을 정도다.

'천당의 누이’라는 아이디의 여성은 온라인과 우편을 통해 전국 주요 도시 고관들앞으로‘공무원 아저씨들과 함께한 정사 현장’사진을 발송한 뒤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난징(南京)의 한 우체국에는 정사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동봉한 협박성 편지가 수십통 발견됐다. 편지는 ‘달콤했던 정사의 순간을 당신은 기억할 것’이라고 적은 뒤 즉시 8만위안(1600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성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콘돔이다. 불의의 임신과 에이즈 예방이라는 필요 때문에 콘돔 수요는 매년 크게 늘어나고 관련기업들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문제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얄굿은 콘돔이라는 이 물건을 둘러싸고 사회적 쟁론이 그칠 날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1일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는 에이즈 예방을 위해 중고생들에게 콘돔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앞서 2009년 중반 신장(新疆)에선 여관 오락장소에 콘돔 비치를 의무화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에이즈 예방을 위한 고육책이었으나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시비가 발생했다. 오락장소를 아예 ‘성(性) 교역소’로 허가를 내준 것이라는 비난이 들끓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에이즈를 방지하고 원치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 합당한 조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도 역시 콘돔은 기피상품처럼 대놓고 말하기가 껄끄러운 물건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속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관념적으로 아주 멀고 은밀한 곳에 숨어 있다.

한번은 바로 이 콘돔 때문에 중국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한 인터넷포탈에 “부친절에 딸이 준 선물은 뜻밖에도 콘돔이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부친은 13세 딸의 실제 편지 사진과 함께 올린 이 글에서 황당한 선물을 받고 난 뒤의 혼동스런 심경을 털어놨다.

부친은“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딸이 어떻게 부모에게 이런 선물을 할수 있나”라고 탄식했다. 그는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교육이랍시고 질책을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을 토로했다.

딸은 콘돔 선물이 든 서신에서 혼자 몸이 된 아빠가 외부접대와 출장이 잦다며 건강과 즐거움을 축원하기 위해 이 선물을 드리는 것이며 다른 뜻은 없다고 적었다. 딸은 또“우연히 아빠 서랍속에서 본것과 같은 브랜드를 골라 샀다”고 적었다. 이에대해 매우 깜찍하고 귀여운 발상이라고 성원하는 쪽과 참으로 망측한 일이라며 끌끌 혀를 차는 여론으로 나뉘어 설왕설래했다.

얼마전에는 이와는 정반대 사건이 벌어져 또다시 풍파를 일으켰다. 유명 연예인겸 선전시 에이즈 예방 대사인 푸춘신이라는 사람은 유학 가는 25세 딸의 짐속에 몰래 콘돔을 넣어준 뒤 이 사실을 공개석상에서 밝혔는데 콘돔 선물이 화근이 된 이 문제는 당시 커다란 윤리 논쟁으로 비화됐다.

일부에서는 점잖치 못하게 어떻게 딸에게 그런 물건을 선물할 수 있느냐고 손가락질했다. 이에대해 당사자는 단지 아빠로서 딸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청소년들의 성문제가 점잖만 뺀다고 해결되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지지자들은 성행위에 연령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학 떠난 성년 자녀를 일거수 일투족 감시도 못하는 상황인데 콘돔을 건네준게 뭐가 잘못됐냐며 푸춘신을 옹호했다. 그들은 낮뜨거운 일이라고 쉬쉬하다가 자녀가 에이즈에 걸리거나 원치않는 아이를 임신해 미혼모가 되면 좋겠냐며 반대론자들을 몰아부쳤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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