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가 살아야 한국 반도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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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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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팹리스'가 살아야 한국 반도체가 산다.

(아주경제 조영빈 기자)  “괜찮은 중견 팹리스 몇 개가 대기업도 먹여 살릴 수 있어요.”

 4일 중견 팹리스 업체인 A사의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팹리스(FABLESS)는 생산설비가 없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업을 뜻한다.

 A사도 주로 휴대폰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A사는 한국 팹리스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1990년 후반에 창립된 한국 팹리스 1세대 업체다. 꾸준한 실적과 함께 국내 519개, 해외 39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팹리스 업계의 ‘큰 형님’같은 존재인 셈.

 그런 A사도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 2004년부터 6년 동안 1000억대 매출을 이어왔지만 작년 매출이 이에 못 미친 것.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해온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상황은 열악한 편”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미국이나 대만 팹리스 업체들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1858억 달러(2009년 기준)로 메모리 반도체(441억 달러)보다 4배 이상 크다. 미국과 대만 등의 팹리스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전세계 팹리스 업체 중 매출 50위권 안에 든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실리콘웍스가 재작년 1892억원의 매출을 냈고 엠텍비젼과 TLI 등이 1000억원 안팎의 성적을 보이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과의 소통 확대’를 부진한 팹리스 업계를 일으킬 수 있는 대안으로 꼽았다.

 국내 팹리스 환경은 대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먼저 개발한 다음 해당 제품을 원하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대기업 위주’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LCD 반도체 관련 팹리스업체인 B사의 관계자는 “기껏 만들어 놓은 제품도 대기업에서 'NO'해버리면 헛물켠 셈”이라며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기업과 제품 스펙에 관해 원활하게 소통하면 개발 단계에서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외국업체에서 고를 필요가 없고 팹리스업체 입장에서도 개발에만 집중 할 수 있어 양자간에 윈윈게임이 된다는 것.

 업계 내부적으로도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A사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 피처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설계해 피처폰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작년 초부터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에 대응하지 못해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것.

 A사 관계자는 “오랜 시간 피처폰에만 집중하다보니 스마트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조금 늦었지만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

 2000년대 초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

 다행히 지난달 6일 지경부와 반도체업계가 세계적 장비·재료·팹리스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만든다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동반성장 5대 핵심과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그리고 정부가 공동 출현해 펀드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작년 대비해 매출이 100억원 가량 떨어진 C사의 관계자는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펀드 규모를 보고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단은 펀드를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운용 성과에 따라 향후 지원 계획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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