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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로 통일대비에 대한 논의가 활기를 띠었다.
통일비용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으며 점진적·단계적 통일담론에 기초한 경협만능론과 통일기피증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통일비용과 함께 통일편익에 대하여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으며 통일을 경제적 부담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긍정적 기회로 간주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논의의 핵심이 분단관리에서 통일대비로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총론적인 것이라면 앞으로의 논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준비를 위한 구체적 과제들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주도적이며 적극적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일방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을 관리하고 남북관계의 안정만을 희구하는 소극적 대북정책에서 탈피하여 통일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통일준비에는 북한의 급변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성역 없이 포함될 것이나 북한을 급변사태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와는 구별된다. 북한의 급변 가능성에 대한 대비 자체는 북한의 난민발생, 소형 무기의 확산,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등으로부터 우리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우리의 권리이다.
둘째, 대한민국의 성공모델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북한에 확산시키는 통일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민주주의 확립과 경제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국이 민족적 책임감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지난 60년간 우리 국민이 스스로의 힘과 노력에 의해서 성취한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 통일의 원칙이나 통일의 미래상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통일한국의 정치체제로 남북한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렴론과 심지어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일대일 통합’ 등이 거론되기도 하였다. 통일비전이 불투명해지고 통일과정에서 우리의 주도권에 대한 자신감이 약화되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도 서서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셋째, 조기통일시 비용부담을 절감하기 위해 통일 후 급진적 경제통합보다는 점진적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통일 이전 남북경협을 고려할 수 있는데 그 규모와 속도 등 조건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규모 경협이 조기에 실현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북한의 경제주체가 남한과 시장경제에 우호적이라는 조건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방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바탕으로 통일준비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통일준비는 대내차원, 대외차원, 대북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내적으로 남한의 젊은 세대에게 통일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것은 통일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10대, 20대는 통일을 성취하고 통일비용을 담당할 통일세대이다. 그러나 이들 세대가 통일을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을 분리 관리하는 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경제단위의 성격에 맞추어 북한지역 주민들의 참정권 및 선거제도, 보건제도, 교육제도, 사법제도 등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 통일 이후 북한의 도시화, 산업화, 행정전산망 구축 등 행정지원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인력양성도 필요하다. 핵심인력 5000명, 기간인력 5만명, 일반인력 50만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이전 철도, 도로, 항만 등 북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통일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북한체제의 질적 변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 이전 우리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도 통일 기금을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통일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대외적으로 남북통일의 당위성과 통일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면서 우리의 통일비전을 주변국과 공유하고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통일외교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남북통일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지역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2009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미 공동비전에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례없이 적극적인 표현이 포함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하여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를 확립하고 통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핵무기 문제와 자국민 납치사건 등으로 인해 북한이 지속적으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통일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는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행태는 한반도의 현상을 타파하는 어떠한 변화도 반대하며 북한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으로부터 위협감을 느끼지 않아야 하며 통일한국이 중국에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중 지도자와 정책입안자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증진으로 상호이해의 폭을 시급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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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차원에서 우리가 경제적 우위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북한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통일논의가 활성화된 이유 중의 하나는 남북간 격차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남한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으로 평가되는 빠른 경제회복, 아랍에미리트엽합(UAE)에 400억 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수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등으로 자신감이 증대되었다.
남북간 격차 확대, 남한의 자신감 급증, 북한 경제상황의 악화 등은 90년 중반에 있었던 경험과 유사하다. 남북관계가 경제적으로 균형을 이룬 시점은 1970년대 초반이지만, 남한이 북한에 대하여 완전히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냉전이 끝난 후 1990년 초반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남한 사회에서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후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아사가 발생하고 북한 고위층의 탈북이 이어지는 등 북한의 붕괴가 임박하였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남한내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북한의 불안감은 커졌다.
햇볕정책하에서 북한을 흡수통일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언하고 전례없는 화해·협력 기조 속에서 북한의 대남 불안감도 완화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햇볕정책 기간 중 북한이 누렸던 정치, 경제, 외교적 혜택은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남한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통일 논의가 재등장하였다. 이번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북한정권의 경직성에 대한 회의감이 남한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통일논의를 고무시키고 있다.
얼핏 간과하기 쉬우나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연평도를 포격도발한 근본적인 이유도 남북간 격차의 확대와 남한 사회에서 급증하는 대북 자신감에 대한 불안감일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지 역시 남북간 격차를 극복하고 대남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방치하고 경제적 우위에 걸맞는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통일역량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 어떤 형식으로 통일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잘 준비한다면 조기통일의 기회를 피할 이유는 없다.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비용에 비해 이득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통일준비는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투자이다. 통일준비가 전혀 없었을 때 갖던 통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통일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통일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전환될 것이다. 통일의 기회는 올 수 있지만 우리의 노력과 준비가 없다면 통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의 극단적 도발행위는 북한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0년대 북한의 생존은 남북경협에 크게 의존하였다. 남북경협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8년 남북경협은 18억 달러로 북한은 5억 달러의 교역흑자를 누렸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연간 50만t의 식량과 30만t의 비료 지원이 중단되고 경협이 감소세에 들어가면서 북한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총교역량은 2007년 이후 큰 차이가 없으나 개성공단은 증가하고 있고 일반교역은 감소 추세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인건비로 3000~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반해서 일반교역의 대부분은 북한의 수익이 된다. 더욱이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남북경협이 중단되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북한은 남북교역의 감소를 북중교역의 확대를 통해 보완하려고 한다. 특히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북중교역이 급증하였다. 그러나 북·중 교역의 증가는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북한은 남북교역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중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여 왔기 때문에 남북교역의 중단은 북한의 경화수입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대중 결제수단 부족을 야기한다. 이는 다시 북한의 대중 수입능력 약화로 이어져 북·중무역 정체를 야기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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