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금융 시장에서 고리사채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상부상조의 힘을 보여준 이들은 이제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진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겸업화 흐름 속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의 실핏줄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전문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현실 속 국내 상호금융의 현황과 또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상호금융기관은 서로 다른 조직이지만 항상 비슷한 비판에 시달린다. 각 단위조합과 지역 금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으로, 최근에는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마저 제기돼 곤혹스럽다.
새 수익원 확보를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나 이해관계가 얽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외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해결해야 할 내부문제가 만만치 않아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독의 허술함·도덕적해이로 불신 깊어져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금융사고 탓에 상호금융기관 전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알뜰히 모은 서민들의 '쌈짓돈'을 횡령했다는 생각에 사회적 비난은 몇 배로 커진다.
지난해 농협 지점에서는 내부직원 한명이 무려 3년6개월 동안 80억원을 횡령했는가 하면 새마을금고는 최근 청주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 100억원이 넘는 돈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렇듯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상호금융기관의 대응이 안일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지역사회단위로 운영되는 까닭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시중은행과 달리 인출사태가 속출하고 경영이 금세 어려워져 해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더욱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상호금융기관의 관리감독 일원화를 주장한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협 및 수협이나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은 고객군이나 수익구조 측면에서 유사하지만 감독권이 일원화 돼 있지 않다보니 감독기준이 모두 달라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개별법에 의해 신협은 금융위원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농·수협은 각각 농림식품부, 국토해양부에서 포괄적 감독권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조합원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여타 금융회사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지만 일부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감독·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계부채의 부실위험 '경고등'
상호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최근 그 증가율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4.3%에 그친 반면, 농·수협 단위조합과 새마을금고 등에서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17.6%에 이르고 있다.
이들 가계대출의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2002년 중반부터 10%를 넘어서더니 2006년 두 분기 정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상호금융기관의 이용고객이 주로 저신용자들과 저소득층인 까닭에 향후 경기 상황이 악화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들 기관 및 가계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년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커져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거나 금리 인상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상호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로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와 비과세예금 확대에 따른 예금 증가 등이 꼽힌다.
현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의 경우 은행은 50%이나 상호금융기관은 60%로 은행에 비해 규제가 약한 편이다. 비과세예금 한도도 종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예금이 크게 증가하며 가계대출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이 통과돼야"…새 수익원 확보 어려워
상호금융기관이 저마다 '전문은행'을 표방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대형화‧겸업화 흐름 속에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해집단 간 의견이 대립하며 신협법과 농협법 개정은 제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수협은 법 개정 이후의 어려움에 또 봉착해 있다.
우선 신협은 신협중앙회에서도 직접 대출을 취급하는 것과 각 조합에서 올라오는 여유 자금과 상환준비금 등을 대출 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중앙회에서도 수익원을 확보해 서민금융에 더 힘쓸 계획이지만 최근 법 통과 여부를 두고 난항만 거듭하는 모양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역 조합에서 펀드 판매 등 업무 다각화 방안이 탄력을 받으려면 농협법이 빨리 통과돼야 하지만 정부 등과 이견 차이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게 맞지만 정부안대로 상호금융이 독립법인화가 될 경우, 개별 지역 농협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를 조율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전했다.
관련법을 개정한다고 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협의 경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했으나 막상 투입된 공적자금을 완전 상환할 때까지 어업인을 위한 지원에 신용사업의 이익을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어 상호금융 본연의 기능 수행이 어려워졌다.
수협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협 상호금융은 어업인을 위해 존재하는데 이 같은 경제적 지원이 원천 봉쇄돼 있다보니 협동조합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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