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든 '밥값'을 하는 일꾼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성남 민주당 의원(64·사진)은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지만 물 자체의 성질을 잃지는 않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씨티은행과 국민은행 임원 등을 거쳐 20년 가까이 금융인으로 살아온 이 의원.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줄곧 밥값하는 일꾼이 되기 위해 촌각을 다퉈가며 일을 한다.
의정활동 4년째인 그는 법안 발의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에는 신중한 편이다. 자칫 성과주의에 치우쳐 의원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법안 발의를 일삼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대신 문제라고 느낀 사안에 대해선 치밀한 준비를 통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그는 자신을 표현한다.
지난해 제출한 한국은행법 개정법률안이 좋은 예다. 이 의원은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 제고를 위해 금융통화위원 중 기관추천 위원에 대한 추천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금통위 전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자 국회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법률 개정의 핵심으로 삼았다.
여성 최초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한 그의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현장의 생생함이 묻어난 법안 발의였다. 이 의원은 "한국은행은 금융위기시 발권력(發券力)을 통해 최후의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때문에 독립성 보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현재 금융통화위원회 한 석을 9개월 동안 공석으로 방치해 둠으로써 중립성 확보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일차적으로 법안 발의의 필요성에 관해 항상 고민한다.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일은 현재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그의 소신은 예금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그의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부실 해결을 위해 예보법 개정을 통한 공동계정도입 방안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예보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계정을 도입할 경우 저축은행 등 금융권 한 쪽 권역의 위험을 다른 쪽에 전이시킬 위험이 크고, 미래세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의원은 "공동계정도입 방안은 저축은행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며 "도입 논의 이전에 금융당국이 적절한 감독을 하지 않아 오히려 저축은행의 문제를 키워왔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치인으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금융인의 경우 한 부문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면 정치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방면에 걸쳐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과정 중 뜻하지 않은 장애물에 부딪히는 일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의원으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 기억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 의원은 "그야말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 게 가장 힘들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중 나의 소신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진정 고민을 많이 하는 의원, 그래서 밥값은 하는 의원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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