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등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로 춘제 연휴에도 상관없이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는가 하면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춘제는 이력서를 친척들에게 검토 받거나 밀린 논문을 쓰는 날로 전락했다. 직장인들 역시 명절 때만 되면 심해지는 부모님의 결혼 압박에 시달려 하는 수 없이 맞선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 고딩, “피 터지게 공부하자”
올해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왕웨이는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수학 교습 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모두 설 연휴에도 학원을 다닌다”며 “혹시 학업 면에서 뒤쳐질 까봐 두려워 나도 학원에 등록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왕웨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대다수 고등학생들은 설 연휴에도 수 천 위안에 달하는 수업료를 내 가며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다. 자발적으로 혹은 부모에 등 떠밀려서 설 연휴에도 쉬기는커녕 대학 진학을 위해 유명 강사나 과외선생님을 모셔놓고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각 학원에서는 ‘스타급 강사’ 이름을 내걸고 학생들 유치하는 데 안달이 났다. 중국 허난 정저우 시내에 위치한 한 학원 관계자는 “대다수 학부모들은 일류 대학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이 짧은 설 연휴 기간에도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대딩, “취직부터 하고 보자”
올해 졸업을 앞둔 중국 대학생 샤오차이(小蔡)는 “설 연휴가 끝나면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올해에는 이력서 쓰는데 연휴를 몽땅 투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니 블로그 상에 “열심히 준비한 이력서를 가족 친지들에게 보여줘 한 번 검토를 받고 싶다”며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고충을 전했다.
샤오차이처럼 연휴 기간 이력서를 쓰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취업 박람회를 쫓아다니거나 집에 틀어박혀 졸업 논문을 쓰는 대학생들도 부지기수다.
항저우 사범대에 다닌다는 샤오왕(小王)은 “졸업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 원서를 찾아보고 있다”며 설 연휴 무미건조한 자신의 하루 일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 직딩, “선 봐서 결혼이나 하자”
어엿한 회사에 다시는 직장인들도 춘제만 다가오면 고민이 많다. 바로 가족 친지끼리 모이기만 하면 “결혼은 언제 하냐” “여자(남자) 친구는 있냐” 등의 질문에 시달리기 때문.
상하이에서 직장에 다니는 야오싱(姚星)에게 설 연휴 기간은 ‘맞선 휴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오 씨는 “집에 왔더니 부모님이 설 연휴 기간 맞선 스케쥴로 꽉 잡아놨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점심 먹으며 소개팅, 오후에 차 한잔 마시며 소개팅, 저녁 먹으며 소개팅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며 “그러나 마음에 드는 상대는 찾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보였다. 무리한 소개팅으로 오히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해 소개팅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는 것.
상하이에서 일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 거원저 씨도 하루 종일 이어지는 소개팅으로 오히려 노총각의 서러움을 느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설 연휴 기간 무리하게 잡은 소개팅 스케쥴은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며 ‘결혼을 위한 결혼’이 아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좋은 사람을 만나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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