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지역을 여행한 뒤 설사 증상을 보인 여행객 4명 중 1명 꼴로 대장균 등의 세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물갈이 설사라고 부르는 `여행자 설사'는 동남아 외에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개는 하루 3~5회의 설사가 3~4일 계속되다가 좋아지지만 일부는 복통, 열, 심한 설사를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노약자나 소아,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위험할 수도 있다.
13일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팀과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09년 2~4월 사이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설사증상을 보인 479명(남 171명, 여 167명, 평균나이 27세)의 대변을 채취해 배양검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25%(122명)에서 병원체가 검출됐다.
하지만, 병원체가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현지에서 설사를 하다가 귀국 후 증상이 개선돼 균이 배양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병원체 감염은 더 많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병원체의 종류별로는 창자독소생성 대장균(36.0%)이 가장 많았으며, 창자흡착성 대장균 27.0%, 장염 비브리오균 13.1%, 노로바이러스 11.5%, 살모렐라균 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여행자 설사는 남성, 7일 이내로 짧은 기간 여행한 사람, 현지서 물을 매일 1ℓ 이상 마신 사람에게서 유병률이 높았다.
정진원 교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에 대한 조심성이 떨어지는데다, 물을 많이 마시는 특징 탓에 남성 여행자에서 설사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변검체의 균배양 양성률을 보면 역시 남자이면서 입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 깨끗하지 않은 물 또는 날 음식을 먹었던 경우에 높게 나타났다. 특히 증상이 심할수록 대변의 균배양률이 높았다.
이와 함께 환자들은 설사와 더불어 복통ㆍ위경련(42.6%), 메스꺼움(19.8%) 등의 증상을 함께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볼때 여행자 설사 증상의 치료는 가장 흔한 창자독소생성 대장균뿐 아니라 다른 병원균들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동남아지역을 여행한다면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하고, 날음식에 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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