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입지와 관련, 현재 충청권(충북도·충남도·대전)에 이어 대구·경북권(대구·경북도·울산·포항), 경남도·창원권, 호남권(광주시·전남도), 경기도 등이 유치에 뛰어들었다.
충북도와 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는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촉구하며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사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전면전에 돌입했다. 영남 쪽에서는 대구· 경북이 울산과 힘을 합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호남권도 광주-대구-대전 세 군데를 이어가는 삼각 벨트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지난 16일에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과학벨트 원점 재검토 논란과 관련, “대통령이 약속하신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과학벨트의 정치적 위상(?)을 실감케했다.
과학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8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과학계에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니 올해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큰 기대를 했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지난해 과학벨트 특별법 국회통과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학회를 통해 석·박사급 이상의 과학기술전공자를 대상으로 과학벨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와 기초과학관련학회협의체는 노벨과학상과 과학벨트포럼을 개최하고 특별법의 연내 국회통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과학기술단체 및 원로들도 1년 이상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통과시켜 사업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특별법만 통과되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만 같았던 과학벨트사업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공공부문과 정부의 R&D는 장기계획에 기반한 기초과학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조속히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해 우수한 신진 과학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과학벨트 사업이 조속히 진행되기를 촉구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과학벨트 입지 문제와 관련, “정치인이 아닌 과학자가 중심이 돼 국가를 위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치적 이해와 지역간 유치경쟁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법과 국가·사회적 응집력, 깊이 있는 기획 없이는 과학벨트는 실패한다.
과학계·학계 및 정부기관 관계자는 기초과학 연구를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구 성과를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 하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에 이러한 정치권 및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과열돼서는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정치권에서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전무한 것은 창의적 선도과학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과학계 한 관계자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