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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망보험 증권화 따른 소송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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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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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출시한 사망보험 증권화 상품, 즉 타인의 사망보험을 피보험자 생전에 사들여 피보험자 사망 후 이득을 취하도록 고안된 제 3자 생명보험에 몰린 투자금이 지난 2008년의 경우 12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에이, 남의 죽음에 투자하기는 좀 뭣하잖아”라고 겉으로 난색을 표하면서도 뒤로는 제 3자 생명보험을 사들인 사람이 예상 밖으로 많았다는 이야기다.

저널은 제 3자 생명보험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사연 한 가지를 이렇게 소개한다.

올해 81세의 브루스 포터는 심근경색이 온 줄 알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진찰을 받아 보니 다행히 심근경색은 아니었다. 포터가 병실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었을 때 그의 보험 모집인이 찾아와 “어르신의 건강악화야말로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어르신께서 가입해 두신 생명보험이 한결 잘 팔리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포터는 가입 후 곧장 판매할 요량으로 보험 모집인을 통해 600만 달러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한 바 있었다. 제 3자 생명보험을 인수하려는 투자자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여 포터의 건강이 좋아졌다. 그러자 그의 보험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결국 포터는 월 2만 5000달러나 되는 보험료를 자신이 부담하게 되었으며, 이와 별도로 보험료 납부를 보장하는 은행 대출금 65만 달러에 대한 변제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그는 현재 “잘 팔리지 않을 보험 상품을 내게 팔아 손해를 끼쳤다”며 자신의 보험 모집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사례에서 포터와 보험 모집인 중 누가 더 잘했고 누가 잘 못했는지 가리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단 자신의 죽음을 담보로 현찰 마련을 위해 허겁지겁 보험에 든 포터에게 잘못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포터처럼 예상보다 건강이 좋은 노인들이 생명보험 투자 실패와 관련해 보험회사, 모집인, 은행 등을 상대로 속속 소송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정작 더 큰 문제라고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 잡지는 여기에 바로 생명보험의 딜레마가 있다고 소개한다. 만약 당신이 살아 있다면 당신은 생명보험금을 쓸 수 없으며, 만약 당신이 생명보험금을 쓴다면 당신은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이 바로 그 딜레마다.

제 3자 생명보험 시장은 원래 돈이 바닥난 말기환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의해 생겨났다. 가족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은 말기환자가 자신의 생명보험을 깨 생애 마지막 경비로 쓰게 해 주려고 만들어 진 것이 말기환금(末期換金, 말기 환자의 생명 보험 증권을 할인 매각하여 그 대금을 환자의 의료비로 쓰는 것)이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사람의 목숨을 콩, 옥수수, 석유 등의 상품처럼 투기 대상으로 삼아 이에 돈을 걸게 된 것이다.

브루스 포터에게는 그의 생명을 상대로 보험에 들 때 정당한 이해(legitimate interest)가 없었다. 그의 유일한 목적은 보험을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이었다. 이는 부동산 호황기에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여러 채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람과 같은 심리다.

사망보험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결과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증권투자다. 판매자가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가 보장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려 받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여느 상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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