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외국인 투자자 이탈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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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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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올들어 글로벌 투자자금의 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빠지는 대신 주식으로 유입되고, 지역별로는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선진국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2조원 가량 국내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년 1월에는 7,000억원 순매수에 그치더니 2월에는 급기야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도 지난해의 63조원에서 올 1~2월중에는 2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경제가 그동안 과도한 자본유입에 따른 부작용과 정책 대응의 어려움으로 고생한 점을 생각하면, 최근 해외투자자금의 유입 부진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과잉 급등과 이로 인한 버블 형성을 방지하고 통화가치의 과도한 상승을 자연스럽게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가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다.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인해 주가 하락 폭과 금리 상승 폭이 커질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을 두고,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되어 온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추세가 거꾸로 유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아직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으로부터의 전반적인 자금 이탈은 지난해 신흥국의 경제호조와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금 유입에 대한 반작용 성격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신흥국에 치우쳤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 규모가 줄어들거나 일시적으로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신흥국을 중심으로 인플레 우려가 더욱 높아지면서 긴축 가능성과 이에 따른 성장 위축 우려가 두드러진 것이 일단 신흥국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보자는 심리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때 마침 신흥국에 대한 대체 투자처로서 선진국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성장 전망이 밝아지는 등 그동안 더블딥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부진했던 선진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시각에서 신흥국의 고성장과 선진국의 저성장 기조가 뒤바뀔 정도는 아니다.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추세는 향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앞으로 신흥국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국제투자자금이 무차별적으로 유입된 측면이 있다. 신흥국의 빠른 경기회복, 저평가된 통화가치, 그리고 선진국의 초저금리가 맞물린 결과다. 이제 신흥국의 경제성장세가 느려지고 주가 수준, 금리와 통화면에서의 투자메리트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주가는 최저치보다 두배 이상 오른 상태다. 채권의 경우에도 내외금리차 축소로 인해 재정거래 기회가 약화되고 있다. 원화의 저평가 폭이 크게 축소되어 환율 메리트도 크게 사라진 상태이다.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그동안은 단기 성격의 자본이 활개를 칠 여건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신흥국 경제의 장기 펀더멘털을 중요시하는 자본이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성장률 뿐만 아니라 물가, 경상수지, 대외부채, 기업 및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등의 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신흥국으로의 투자자금 유출입은 큰 흐름에서 붐-버스트(boom-bust) 싸이클을 나타내곤 했다. 대거 유입된 국제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부터 이탈하는 버스트 국면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들은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도 많았다. 94년말 멕시코 위기, 97~98년의 아시아 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신흥국으로부터 자금 이탈은 아직 본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신흥국으로부터의 본격적인 자금 이탈은 선진국이 금리인상에 나서 고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 어려웠던 옥과 석의 신흥국 구분은 국제유동성이 줄어드는 시점에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두번의 대규모 투자자금 이탈을 경험했던 우리나라가 향후 또 다시 국제투자흐름 급변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 적정 외화보유액 및 외채 규모, 각 경제주체의 재무위험 등 외국인 자금 이탈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여러 거시, 미시 건정성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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