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과 물가폭등, 전세대란 등 3대 민생 ‘악재(惡材)’가 여전히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리비아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꿈틀대고 있다. 그러잖아도 흔들리던 우리 경제에 또 다시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아울러 작년 말 템플스테이 지원 사업 예산누락 파문 등으로 불교계와 척을 진데 이어, 최근엔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 입법문제로 기독교계로부터 “대통령 하야운동”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특히 신공항 건은 여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권마저 둘로 갈라놨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다른 해법이 없다면 차라리 ‘중동사태’가 장기화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외부의 문제가 크게 부각될수록 내부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작게 비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권 핵심 관계자는 27일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결국 ‘경제’다”면서 “40~50%에 이르는 국정 지지율도 대부분 그런 믿음 때문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생과 직결된 경제현안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이 대통령이 바라는 ‘성공한 대통령으로서의 퇴임’은 현실에서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요즘 "'주변'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잘해도 주변에서 사고를 치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란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작년 말 구속됐고, 올 들어서만 장수만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 등이 비리혐의로 구속되거나 현직에서 물러나는 등 임기 말 고위 공직자나 대통령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한 듯, 취임 3주년이던 지난 25일 “역대 정권에서 이어져온 비리·부정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우린)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정권 차원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정계 원로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레임덕은 자연스런 일이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다"며 "무리하게 이를 막겠다든가 더 열심히 해서 많은 업적을 남기겠다는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민생 및 경제현안들을 조용히 또 꾸준히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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