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상주대표부 대사급 북대서양이사회(NAC) 긴급회의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국제 조직들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나토의 이러한 입장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위임 아래 리비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26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자녀, 측근 인사들에 대한 자산 동결 등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다음 단계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 상황에 워낙 변동성이 크고 아직 내정 문제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군사적 개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보스니아 내전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친-반 카다피 세력 사이의 유혈충돌이 내전으로 비화해 장기화하고 부족 간 갈등으로 악화하면서 '인종청소'와 대량 학살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군사적 개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군사적 개입도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리라는 관측이 있다.
유럽의 외교ㆍ안보 문제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대니얼 코르스키는 최근 긴급 리포트에서 유럽연합(EU)의 대(對) 리비아 군사 개입 시나리오로 5가지를 제시했다.
코르스키가 제시한 5가지 군사 개입 시나리오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자국민 구출을 위한 군대 파견 ▲석유ㆍ에너지 시설 보호 병력 파견 ▲반정부 세력에 공군력 지원 ▲대규모의 평화유지군 파견 등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카다피 친위부대가 전폭기를 동원해 반정부 세력을 제압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처로 25일 EU 국방장관회의와 긴급 나토 NAC 회의 이전부터 관측됐던 방안이다.
또 자국민 구출을 위한 군대 파견은 영국이 특수부대인 SAS 병력을 투입, 리비아 사막지대에 고립됐던 자국민과 외국인 근로자를 구출한 사례에서 이미 현실화한 방안이다.
27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SAS 병력이 리비아 사막지역에 고립됐던 영국인 및 외국인 근로자 150명을 벵가지 남부 활주로로 이동시킨 다음 공군 C-130 수송기 2대를 이용해 몰타로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반정부 세력과 친카다피 세력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사보타쥬'의 일환으로 석유시추 시설 등 외국인 투자가 이뤄진 기간시설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병력 파견 역시 현실적인 군사 개입 방안이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군력 지원과 대규모 평화유지군 파견은 실행에 옮기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EU, 나토 회원국들이 자국민 대피에 주력하더라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리비아에 발이 묶이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카다피 측에서 잔류 외국인을 '인간 방패'로 내세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CFR의 코르스키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가 외국인을 볼모로 삼았던 것처럼, 리비아에 잔류한 유럽인이 볼모로 잡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평화유지군 파견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있어야 하고 당사자인 리비아에서도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장기적 과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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