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초반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 공작보고에도 나타났듯 이번 양회에서는 분배와 민생 균형 화합과 같은 용어들이 키워드로 집중 부각됐다. 모두가 향후 중국의 국가운영에 필요한 핵심적 가치들이다. 어찌보면 이번 양회는 중국 국정이념중 하나인 '허셰(和諧 조화)사회'를 앞당기자는 결의 대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국의 양회도 여느 서방 국가의 국회나 다를 게 없다. 양회중 특히 국회와 같은 기구인 전인대는 정부의 업무 보고를 청취하고, 대의기관으로서 민의를 수렴해 정책을 입안하고 각종 법안을 제정하는 게 고유 기능이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양회가 열리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선 불필요한 고성이 터져나오지 않는 다는 점이다. 멱살잡이나 집단 난투극도 물론 없다.
매년 중국의 양회가 열리는 동안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 텐안먼(天安門)광장에 접한 인민대회당에 쏠린다는 점도 ‘중국 국회’가 우리 국회와 다른 점 중 하나다. 취재를 하겠다고 중국의 양회 프레스센터에 공식 등록한 내외신 기자만해도 3000명이 넘는다. 표결에 참가하는 전인대 대표(국회의원)보다 많은 숫자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 일본의 유력 언론들은 중국의 양회를 심층 보도하기 위해 지면과 전파를 아낌없이 할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CNN, 월스트리트 저널등은 양회 관련 특집기사를 통해 중국 경제사회의 현주소와 대외정책의 변화 등을 조명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양회 특집기사에서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성장javascript:fncSaveInfo() 일변도의 정책을 넘어 인민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전하면서 이번 양회의 최대 심의안중 하나인 12차 5개년개발규획(12.5규획 2011~2015)의 의미를 집중 진단했다.
한발 더 나가 뉴스전문 채널인 미국의 CNN은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국가 중 가장 성공적인 체제”라고 추겨 세웠다. CNN은 또 종전과 달리 ‘lianghui(량후이)’ 라는 중국어 발음 그대로 양회(兩會)를 호칭하는 등 서구 ‘한풍(漢風)’의 전도사역을 자임했다.
유력 서방 언론들이 양회 취재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숨가쁜 중국의 변화를 가까이서 면밀하게 들여다 보려는 열의가 돋보인다. 중국을 대하는데 있어 두렵다거나 무섭다거나, 왠지 싫다거나 하는 자의적 감정을 배제하고 중국에 대한‘실체적 진실과 보편적 가치’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정치)사회는 그동안 다분히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중국을 대해오지 않았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게 무엇인지’아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선입견을 가지고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면 결코 원래의 형상을 제대로 살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싫든 좋든 지금 ‘경제는 중국’,‘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과는 경제협력 기반을 튼튼히 다져 실리를 강화하고, 미국과는 전통 우방의 토대위에서 당당히 명분외교를 펼쳐나간다면 일거양득의 소득이 아닐까. 우리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면 했지, 그다지 손해볼 일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반중 친미’하는 냉전시대의 구태의연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은 그렇다 쳐도 외교관과 정치인들까지 이런 불균형적인 구태를 벗지 못할 경우 우리는 훗날 예기치않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할지 모른다. 특정국 편향외교로 소탐대실하지 말고 ‘약은 외교’로 장기적 국익을 도모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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