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지원을 계기로 ‘한국 최고(最古), 한국 최고(最高)’의 삼일로 창고극장이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공연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태광그룹은 31일 “현재 재정난에 빠져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창고극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후원을 하기로 창고극장과 협의를 마쳤다”며 “우리나라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인 창고극장이 다시 일어서는 것은 국내 실험연극의 명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태광그룹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에 예술영화전용극장인 ‘씨네큐브’와 신진작가들을 위한 미술갤러리인 ‘일주&선화 갤러리’를 운영하는 등 순수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창고극장 후원배경을 설명했다.
태광그룹의 후원 규모는 약 3억원(2억7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우선 창고극장이 서울 중구청에 지불해야 할 위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체납액 약 5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창고극장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도 올해 4월부터 2013년 10월(창고극장이 건물주와 맺은 계약 종료 시점)까지 매월 500만원(총 1억5500만원)을 후원할 계획이다. 또 극장시설을 개∙보수하고 창고극장에 필요한 기자재를 보완하는 작업(6500만원 상당)도 병행할 방침이다.
창고극장에 대한 개∙보수 작업은 태광그룹 계열사 중 인테리어 및 디자인 업체인 에스티임 등이 참여하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냉∙난방 시설 재정비, 노후화된 간판 및 시설 교체, 위법건축물 철거, 누수시설 보수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개∙보수 작업은 창고극장의 원형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배우와 관객들이 공연하고, 관람하는 데 있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 밖에도 태광그룹은 향후 창고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과 뮤지컬 등에 대한 각종 지원도 적극 검토해 후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창고극장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다.
태광그룹과 창고극장은 4월 중순쯤 극장 후원에 대한 협약식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일정에 대해 밝힐 계획이다. 협약식이 끝나면 극장 개∙보수 공사를 바로 시작해 창고극장은 이르면 5월말쯤 재개관 후 첫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35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켜오며 우리나라 공연 문화 발전의 산파 역할을 해 온 창고극장을 되살리는 것은 창고극장과 연극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들에게도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태광그룹의 후원이 제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창고극장 재개관 이후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해 창고극장 후원도 하고, 상업화된 공연이 아닌 연극의 의미를 고집하는 공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창고극장 정대경 대표는 “평소 태광그룹이 순수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어서 태광의 후원 제의에 선뜻 응했다”며 “창고극장이 간직했던 우리 연극의 ‘보물’들을 대개방하고 미래의 보물들을 찾아내 차곡차곡 쌓아 놓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상업극장에서는 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올려 연극인들이 도전정신과 의욕만 있으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공연작품을 통해 창고극장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고, 아무리 힘들어도 자존심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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