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과정에서 대거 풀린 글로벌 유동성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아시아지역의 신흥국으로 집중됐고, 대규모 무역흑자도 신흥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통화 가치 상승은 수출경쟁력을 깍아먹는 만큼 환율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수주간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였다.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아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7월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페그제(연동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후로 위안화 가치는 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화는 11% 올랐으며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7.8%,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5.6% 올랐다.
WSJ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태국이 지난달 31일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의 한 트레이더는 한국은행이 원·달러 환율이 30개월래 최저치인 1085원대에서 5억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1086.60원으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한국은행이 원·달러 환율을 1080원 이상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국은행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꺼렸다.
변지영 우리 선물 애널리스트는 "엔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최근 원화 강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WSJ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 대비 8675 루피아를 기록했을 때 자국 통화를 팔고 5000억 달러어치의 달러화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환율은 오히려 8665 루피아로 떨어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추가 개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역시 루피아화의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디 물리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루피아화 가치 상승을 좀 더 견딜 수 있다"며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모든 통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각국 정부가 어떻게 통화 안정성을 유지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링깃화가 달러 대비 3.0250 링깃일 때 달러화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덧붙였다.
한편 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다 약세로 돌아선 호주달러화 가치도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5일 호주달러화 가치는 중앙은행(RBA)의 금리동결과 2월 무역수지 적자 전환 소식에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주달러화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호주는 선진국 중 예외적으로 높은 기준금리(4.75%)를 유지하고 있어 저금리 기조의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케리트레이드의 타깃이 되는 등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만큼 호주 금융당국이 연내에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호주달러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말콤 우드 모건스탠리스미스바니 외환투자전략가는 호주 경제의 성장세가 광산업종을 제외하고는 미약하다며 RBA가 연내에 금리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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